[문화칼럼]이보아/國寶 수난 언제까지

  • 입력 2003년 5월 23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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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이라크전쟁 당시 이라크 국립박물관이 약탈당해 지구촌에 충격을 준 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이번에는 우리나라 국립공주박물관에서도 초유의 문화재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 더욱이 국제박물관협회가 제정한 ‘세계 박물관의 날’(5월18일)을 얼마 앞두지 않은 15일 밤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특히 이날 강탈된 ‘공주 의당 금동보살입상(公州 儀堂 金銅菩薩立像)은 1989년 국보 제247호로 지정된 백제 문화의 정수(精髓)이다.

국립공주박물관에는 2층 전시실에만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어 있고, 방재팀과 전담요원은 없었다. 또한 출입문은 열려 있는 상태였고, 비상벨과 적외선 감지기도 작동되지 않았다고 한다. 설령 공주박물관의 보완시설이 열악하고 전담요원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당직자가 국가 문화유산의 관리자로서 성실한 자세로 윤리적 책임을 다했더라면 이번 사건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국가 문화재 현황파악도 안돼 ▼

문화재 도난사건은 사실상 공소시효가 없는 데다 도난당한 문화재가 워낙 지명도 높은 유물이어서 국내에서는 무모하게 거래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3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백제 금동반가사유상(百濟 金銅半跏思惟像)이 157만5500달러(약 19억원)에 낙찰되는 등 해외시장에서 한국 문화재가 자주 거래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하겠다.

국제 사회에서는 이미 문화재와 예술품의 도난과 도굴 및 해외 불법반출이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국제 예술품 도난신고센터에 따르면, 매달 1200건의 도난사건이 신고 되고 있고, 국제적 불법 거래의 규모는 연간 20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문화재나 예술품의 도난 및 불법 유출이 규모나 빈도 면에서 마약 밀매에 버금가는 국제 범죄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국민 모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문화재 행정의 현주소를 되새길 수 있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문화재 전문가들이 전문 인력 부족, 열악한 예산, 문화재에 대한 안전 불감증 등 문화재 관리의 문제점들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지만 개선책은 나오지 않았다. 다소 늦은 감은 들지만 지금부터라도 문화재의 도난, 불법 거래, 해외 반출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 유관기관들과 학계의 다각적 접근과 협력이 요구된다.

첫째, 여러 곳에 산재해 있는 국가 문화재의 현황 파악과 문서화 작업이 시급히 선행되어야 한다. 2001년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00년까지 도난당한 동산문화재가 5665점에 이르고, 1991년부터 2000년까지 10년 동안 국가에 귀속되지 않은 발굴 유물은 2만8000여점에 달한다. 또 국립박물관이 조선총독부로부터 인수받은 발굴 유물과 1963년부터 1999년까지 11개 유적지에서 발굴된 유물들은 등재조차 되지 않았다.

둘째, 전문인력 없이 문화재의 도난과 불법 유출 및 거래를 예방하고 통제하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박물관 종사자, 경찰 관계자, 항만·공항 세관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문화재 관리와 관련법규, 비상 상황시의 대처 방안 등을 재교육하는 한편 전담 조직을 구성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비정부기구(NGO)의 활동을 통해 문화재에 대한 국민의 올바른 인식과 사회적 감시망을 마련해야 한다.

▼도난-유출 감시망 재점검을 ▼

셋째, 도난 문화재 추적을 위해 문화재청과 경찰청 등 국내 유관기관들과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미 연방수사국(FBI), 국제예술연구재단(IFAR) 등 해외정보기관들과의 협력이 요구된다. 특히 IFAR는 ‘도난 문화재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도난 문화재와 예술 작품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관련 기관에 배포함으로써 도난 문화재 불법 거래의 방지에 기여해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문화재란 인류가 자연과 더불어 생활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문화적 소산으로 민족이나 국가, 인류 전체의 재산이란 사실을 우리 모두는 깊이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보아 추계예술대 교수·박물관 경영학·문화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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