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김창원/'짓고 보자'식 신도시 계획

  • 입력 2003년 5월 14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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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김포와 파주시에 신도시를 조성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발표됐다. 1989년 폭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5대 신도시를 발표한 뒤 약 14년 만이다.

정부는 김포와 파주를 각각 ‘첨단 생태전원형 도시’와 ‘도농(道農) 통합형 환경친화 도시’로 개발해 서해안시대와 통일 이후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두 지역에 모두 11만7000가구가 들어서 수도권 주택보급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시설을 대거 유치하고 교통망을 확충해 자족성을 갖춘 도시로 만들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내 집 마련을 위한 소비자의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 강남권에 버금가는 대규모 신도시가 2개씩이나 생긴다니 말이다.

하지만 신도시 발표 이후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비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모양이다.

우선 신도시 지정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 강남권에서 촉발된 집값 폭등 조짐이 서울 강북과 수도권 남부로 옮겨 붙고 있는데도 정부가 정작 발표한 신도시는 강남 수요를 대체하기에는 마땅치 않다는 것.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안방에 불이 났는데 건넌방에 물을 붓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우선 지어놓고 보자’는 과거의 양적(量的) 접근 방식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집값 불안의 원인은 공급가구수가 절대 부족이었던 과거와 달리 서울 강남지역의 ‘과수요 저공급’이라는 국지적 수급 불균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발표는 14년 전의 접근방식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계획하에 개발돼야 할 신도시가 무계획적으로 급조된 흔적도 역력하다. 신도시가 택지지구와 다른 점은 단순 주거기능에 머물지 않고 자족성을 갖춘 도시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내용을 들여다보면 알맹이는 쏙 뺀 채 막연한 수준의 대책만 열거돼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번 2개 신도시 지정은 지역 선정, 도시계획, 사전 준비 부족 등 곳곳에서 적잖은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실패한 신도시’의 전철(前轍)을 밟지 않겠다는 정부의 공언(公言)이 얼마나 지켜질지 두고 볼 일이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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