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광진/지방대 살리기 위한 '세개의 바퀴'

  • 입력 2003년 5월 8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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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집중과 그에 따른 지방의 피폐화, 그 중심에 지방대 문제가 심각하게 자리 잡고 있다. 전국적으로 우수한 인재는 수도권으로 몰려들고, 한번 수도권으로 입성한 그들은 기필코 그곳에서 직장을 잡아 정착하려고 한다. 더욱이 지방대를 졸업한 우수한 인력마저도 사회생활만큼은 서울에서 하려고 한다. 마치 국민 모두가 서울지향 병에 걸려 있는 형국이다. ‘수도권 과밀화(過密化)’와 ‘지방의 공동화(空洞化)’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화되어 이제 지방은 사람이 살지 못할 흉흉한 곳처럼 인식되고 있다.

새 정부가 ‘지방분권’과 ‘지역 균형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그 핵심과제로 지방대 육성을 강조한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지방대 문제는 양과 질의 측면에서 모두 고질적으로 곪아 있어 섣불리 대들어서는 해결하기 어렵다. 양적인 문제는, 수험생보다 대입 정원이 더 많아진 가운데 지방의 많은 대학들이 문을 닫을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질적인 문제는, 우수한 두뇌들이 지방대에 입학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그나마 지방의 유수 대학에서 배출된 인재들도 지방에 뿌리내리지 못함으로써 지방대가 지역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도 할 수 없는 무기력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방대를 적극 육성·활용하는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대학의 서열화가 고착됨에 따라 교육 및 연구여건이 취약해지고 재원 및 인력이 부족해진 지방대를 일정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특단의 ‘영양분 공급 조치’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세 가지 측면의 접근방법이 있다.

첫째,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고려되어온 ‘지역 인재 할당제’나 ‘지역 인재 임용목표제’ 등 특단의 조치로 지방대가 우수 인력을 지속적으로 유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일정 수준의 지방 고급인력이 지방대에서 수학한 후 산업현장이나 주요 기관에서 활동하면서 지방 각계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10년 정도의 한시적 조치로 보육기간을 둘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 대학 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같은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둘째, 재정지원의 문제이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재정투자를 하되 과거처럼 나눠먹기식으로 할 것이 아니라 역량 있는 대학에 집중 지원함으로써 대학과 산업의 동시 발전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어야 한다. 대학 실험실에서의 창업, 벤처기업으로의 성장, 지역 내에 건설한 공장을 통한 산업활동 등 단계적으로 산학협동을 지원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테크노파크와 같은 대학 연계형 산업혁신 전략이 여기에 해당된다.

셋째, 지방대 또한 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강력한 자구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학문분야의 특성화, 입학정원의 축소, 관련 대학과 학과간의 통폐합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교육과 연구 여건을 선진화시켜 나가야 한다.

빈사 상태에 빠진 지방대를 살리는 것만이 지방과 국가를 동시에 살릴 수 있는 최선의 방안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광진 충남대 총장·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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