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64>盜 道(도도)

  • 입력 2003년 4월 29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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盜 道(도도)

盜-훔칠 도 膾-회 회 賊-도둑 적

橫-가로 횡 勇-용기 용 逆-어길 역

‘지붕과 지붕 사이를 붕붕 날아다닌다’. ‘눈독들인 것은 기어이 털고야 만다’. 이십여년 전 人口(인구)에 膾炙(회자)되었던 한 도둑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특이한 도둑이었다. 고관과 부잣집만 범행의 대상으로 삼아 턴다고 하여 온통 화제가 되었다. 神出鬼沒(신출귀몰)하면서 주로 값비싼 귀금속류를 전문적으로 털었다. 개중에는 커다란 물방울 다이아몬드가 있었는데 주인의 신분이 누구냐를 두고 온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더구나 물건을 훔친 다음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 하여 義賊(의적)이라는 표현이 있었는가 하면 한 번을 털어도 고가의 귀금속류만 손댄다고 하여 大盜(대도)라는 수식어도 따라붙었다.

훔치는 행위야 나쁘지만 그래도 훔친 것을 어려운 사람에게 베풀었다 하여 사람들의 동정심을 유발하기도 하였다. 특히 부정부패를 일삼은 고위 공무원이나 옳지 못한 방법으로 축재한 기업인들만을 범행상대로 삼았기 때문에 사회 일각에서는 그의 절도행각을 통해 야릇한 대리만족을 느끼기까지 했다. 이쯤 되면 도둑치고는 꽤 추앙받는 도둑인 셈이다.

盜道라면 도둑으로서 지켜야 할 道理(도리)다. 훔치는 주제에 무슨 道理까지 운운하느냐고 反問(반문)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중국에서는 盜道라는 것이 있었다.

莊子(장자)에 보이는 盜척(도척)은 천하의 大盜였다. 孔子(공자)의 친구인 柳下季(유하계)의 아우인데 부하 9천명을 부리면서 천하를 橫行(횡행)하면서 훔친다. 諸侯(제후)를 침략하여 노략질을 일삼는가 하면 어떤 때는 민가에도 들이닥쳐 터는데 아예 문짝을 뜯어내고 소나 말을 몰고 유유히 사라지며 부녀자를 빼앗기도 한다. 얼마나 탐욕스러운지 안중에는 부모형제도 없고 조상의 제사도 없다. 그를 막기 위해 큰 나라는 성을 쌓아야 했고 작은 나라는 성문을 굳게 잠궈야 했다. 물론 백성이 당하는 고통은 말 할 수 없을 정도였다. 孔子가 柳下季의 만류를 뿌리치고 훈시하러 갔다가 봉변만 당하고 돌아왔다.

부하가 물었다.

“도둑에도 道가 있습니까?”

“물론 있고말고. 남의 방안에 어떤 재물이 있는지 알아맞히는 것은 聖(성)이요, 먼저 들어가는 것은 勇(용)이며, 뒤에 나오는 것은 義(의)요,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知(지)며, 훔친 재물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은 仁(인)이다. 천하의 大盜가 되기 위해서는 이상의 다섯 가지 道를 구비해야 하느니라.”

물론 莊子의 逆說(역설)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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