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마지막 수업'…"담임선생님이 보고싶네…"

  • 입력 2003년 4월 17일 17시 46분


코멘트
때로는 다큐멘터리가 극적인 허구보다 더 재미있다. 프랑스 오지 어린 학생들의 꾸밈없는 생활을 담은 다큐멘터리 '마지막 수업' 사진제공 동숭아트센터
때로는 다큐멘터리가 극적인 허구보다 더 재미있다. 프랑스 오지 어린 학생들의 꾸밈없는 생활을 담은 다큐멘터리
'마지막 수업' 사진제공 동숭아트센터
프랑스 중부의 오지 오베르뉴 마을. 이곳 초등학교의 전교생은 열 명 남짓. 학급도 달랑 하나뿐이다. 35년간 교직 생활을 끝내는 정년퇴임을 앞둔 조르쥬 로페즈 선생님은 이제 막 글자를 그리기 시작하는 네 살배기 아이들과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수업을 진행한다.

20일 개봉될 프랑스 영화 ‘마지막 수업 (Etre (E위에 ^표시가 있어야 함) et Avoir)’은 추운 겨울부터 여름 방학을 맞기까지 이 학교 학생들과 선생님이 함께 한 생활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개봉됐을 때 다큐멘터리로는 드물게 170만명이 넘는 관객이 들었다.

허풍장이 조조와 잘난 척 하기 좋아하는 마리, 구구단은 못외워도 늘 씩씩한 줄리앙 등 아이들은 개성과 특징이 뚜렷하다. 이 아이들이 서로 뒤엉켜 생활하고 계속 동문서답을 하며 선생님 속을 썩이는 모습은 절로 웃음을 자아낸다.

오지의 아이들에게는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 ‘사치’도 허락되지 않는다. 줄리앙은 초등학생인데도 방과후면 외양간에서 일한다. 아들에게 가난을 대물림하기 싫은 부모는 저녁상을 물리고 줄리앙 주변에 모여 앉아 산수를 가르친다.

또 나탈리는 자폐증을 끝내 극복하지 못해 특수학교로 가고, 또 다른 한 아이는 큰 수술을 받게 된 아버지의 소식을 선생님에게 전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세상살이의 고단함은 아이들의 세계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는 침울하거나 심각해지는 대신 경쾌하게 고난을 통과하며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좌충우돌하며 부쩍부쩍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이 한 축이라면, 엄격한 조르쥬 선생님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축이다. 아이들이 규칙을 처음 배우는 곳인 학교에서 그는 아이들에게 약속한 분량의 색칠을 다 해야만 쉬는 시간에 놀 수 있다는 등 ‘원칙’을 고집스럽게 가르친다. 엄하고 단호하지만 정성을 다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빠의 수술 때문에 울먹이는 아이에게 “병도 삶의 일부란다”하고 가르쳐 주는 조르쥬 선생은 어린 시절 좋은 어른을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이 영화의 개봉을 기념해 니콜라 필리베르 감독이 20일 방한하며 ‘루브르 시티’ ‘들리지 않는 땅’등 그의 영화 4편을 상영하는 회고전이 19∼21일 서울 하이퍼텍 나다에서 열린다. 02-741-3391. www.dsartcenter.co.kr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