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알렉산드르 보론초프/북한고립 '위험한 시나리오'

  • 입력 2003년 4월 9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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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의 불가피성이나 전쟁을 피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전쟁은 일어났다. 이를 북한 문제에 적용해서 어떤 생각을 해볼 수 있을까.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에 포함시킨 것이나 이슬람권을 상대로 한 ‘십자군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려 한다는 것 등을 고려해 보면 대답은 어렵지 않다. 아프가니스탄을 상대로 대(對)테러전쟁을 벌인 후 다시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이 세 번째 상대로 또다시 이슬람 국가를 선택하는 것은 이슬람 전체를 상대로 한 도발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펜타곤의 다음 상대는 북한이 될 것이라는 가정이 가능해진다.

▼이라크전 뒤 미국의 선택 주목 ▼

물론 평양도 이를 알고 있다. 유고슬라비아와 이라크의 경험에서 보듯 미국은 정치적 문제를 국제법의 범위에서 벗어난 자의적인 군사적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다. 북한은 “국제 조약의 준수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위력을 효과적으로 보유할 때만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듯하다. 이라크전은 북한에 핵무기 개발을 비롯한 자위력 강화를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도록 만들었다.

몇몇 소식통에 따르면 이라크전 직전 북한은 ‘평화적 목적’이지만 곧 핵무기 제조로 이어질 수 있는 프로젝트를 현실화하려고 시도했다.

이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나 북한 사정에 정통한 재일 한인 정치학자인 김명철씨 등이 전한 것이다. 6개월 안에 북한이 핵무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서부터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북핵 문제는 이라크 사태의 전개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미국은 이라크를 무장해제시키고 체제를 교체한 다음 “북한의 미사일과 핵 위협을 무력화하겠다”고 나설 수 있다. 반면 북한은 미국의 이런 계획이 실행되는 것을 최대한 저지하려 할 것이다.

북한지도부는 자신들의 전략적 판단을 통해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직접적인 군사행동을 하거나 ‘맞춤형 봉쇄정책(tailored containment policy)’에 바탕을 둔 경제 제재 등의 방법으로 북한을 고립시키려 한다고 믿고 있다. 두 가지 가능성은 부시 대통령의 측근들에 의해 이미 언급됐다.

이 중 맞춤형 봉쇄는 군사분쟁이 일어날 경우 북한의 반격이 거셀 것을 고려한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인도적 지원 중단에서 시작해 북한의 무기 수출입을 막기 위한 해상 봉쇄, 총련의 송금 금지 등 조치가 국제적 지원을 받아 실현된다면 북한은 에너지 식량 원자재 등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북한은 이런 가능성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북한은 항복이냐, 아니면 ‘벼랑끝 전술’이냐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미국 역시 군사적 해결이냐 (그러면 가장 적합한 시기는?), 아니면 양보하고 북한과의 협상에 들어갈 것이냐를 두고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영변 원자로 재가동, 무기급 플루토늄 생산 준비, 미군 정찰기에 대한 대응 등 이라크전쟁 직전에 북한이 보인 행동들은 북한이 벼랑끝 전술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이라크전이 끝나자마자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하거나 핵무기 개발을 선언하면 이는 대량살상무기 보유 의도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정말로 북한의 핵개발이 가능한지는 다른 문제다. 예를 들어 러시아 전문가들은 “북한은 핵무기 제조 능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의 즉각적인 대응을 부를 것이다.

▼北, 다시 벼랑끝 전술 택할수도 ▼

그러면 지금까지 북한을 옹호해온 러시아도 이런 ‘상황의 포로’가 될 것이다. 러시아나 북한의 마지막 동맹국인 중국마저도 북한의 이러한 행동을 지지하지 못할 것이고 북한은 고립된다. 북한의 고립은 전쟁에 더 다가서는 것이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미국이 북한의 안보를 보장해주고 대화로 끌어들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러시아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일괄타결방안(package plan)을 제시했고 미국은 다자간 대화체제 구축 방안을 내놓았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시작된 후 북한은 비교적 반응을 억제했다. 또 “북-미간 직접 대화의 가능성이 밝으며 미국과 북한이 중국에서 비밀접촉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물론 이와 반대의 경우 북한이 곧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는 등 행동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현실은 한반도 문제의 복잡성과 난해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알렉산드르 보론초프 러시아 동방학연구소 한국과장

vorontsovav@yandex.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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