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돌이킬 수 없는'…성폭행…복수…핏빛 스크린

  • 입력 2003년 3월 27일 18시 08분


코멘트
프랑스 영화 ‘돌이킬 수 없는 (Irreversible)’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잔혹 체험극’이라 고 부를 수 있다. 제정신이 아닌 등장 인물의 감정과 폭력을 관객이 고스란히 대리 체험하게 만드는 탓에, 끝까지 보는 것 자체가 힘들만큼 불편하기 짝이 없다.

알렉스(모니카 벨루치)는 파티 도중 애인 마르쿠스(뱅상 카셀)와 언쟁을 벌인 뒤 혼자 집에 가겠다고 지하도를 건너다 무참하게 성폭행을 당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마르쿠스는 친구와 함께 범인에 대한 복수에 나선다.

‘박하사탕’처럼 사건이 역순으로 배치된 이 영화는 마르쿠스가 복수에 나서는 시점에서 시작해 알렉스가 성폭행을 당하는 순간, 마르쿠스와 알렉스의 행복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때문에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관객들은 피 튀기는 폭력과 증오를 대면해야만 한다.

멀미가 날 정도로 어지러운 카메라의 회전과 소음은 복수로 혈안이 된 인물의 뇌 속을 여행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소화기로 사람의 얼굴을 내리치는 장면, 성폭행 장면 등은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가스파르 노에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의도한 충격의 효과는 상당히 크다.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는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모든 행복을 앗아가 버리는 시간의 파괴력과 그것의 비극성에 몸을 떨게 된다. 그러나 그 말을 하기 위해 꼭 그렇게 참혹한 방식을 택해야 했을까? 강심장이거나 피학적 성향이 강한 관객들에게만 권한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18세 이상 관람가. 4월 4일 개봉.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