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비인기종목의 비애!

  • 입력 2003년 3월 12일 14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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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봄날 태릉실내빙상장에서 벌어진 제 57회 전국 남·녀피겨스케이팅종합선수권대회 마지막 날 경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모든 선수들이 참가해 기량을 뽐낸 자리였지만 남자부에서는 이규현(고려대학원)과 이동훈(구정고)만이 경기장에 나섰다.

남자 시니어부 표트프로그램 1위는 이규현, 2위는 이동훈!

23세의 나이로 지난 지난 10년간 한국남자 피켜 스케이트 부분을 지켜왔던 외로운 남자 이규현이 은퇴무대를 우승으로 마무리했다.

98년 나가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등 2회연속 동계올림픽에 참가했을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과시했던 그였지만 빈약한 선수층으로 인한 외로움은 수십년간 땀흘렸던 빙상을 떠나게 만들었다.

기막히고 황당한 은퇴 인터뷰!

“혼자서 운동하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여!”

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혼자서 운동을 해야할 정도로 빈약한 선수층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동훈이 어린 나이로 이규현의 뒤를 이을 수 있기에 맥은 끊기지 않을 전망.

그렇지만 등록선수 10여명의 불과한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트의 미래는 풍전등화라는 말이 제격이다.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한 국가에서 스포츠 전 종목을 양성화할 수는 없다.

전 국민이 축구에 빠져들 수도 있고 야구에 미칠 수도 있다.

인도네시아 같은 경우처럼 배드민턴에 미쳐(?)있는 경우도 있다.

기후적인 영향으로 열대지방에서는 동계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전무할 수 밖에 없고 한대 지방에서 역시 비치발리볼 같은 해안 스포츠를 즐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대한민국에서도 축구, 야구 등 일부 종목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팬들의 관심밖에 있는 종목들이 무수히 많다.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크리켓이 국내에서 거의 생소한 스포츠로 동호회마저 전무한 것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그 나라의 기후과 국민적인 관심사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그렇다면 피겨스케이트처럼 국민적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선수층이 얇아지는 스포츠 종목은 그냥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기존 선수들은 하나둘 은퇴하고 관심을 갖는 유망주들이 없어지면 협회도 해체하고 시설도 없애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보다 대중화시켜 선수층을 두껍게 할 대안을 찾아야 하는 것인가?

한켠에서는 13세의 어린 나이로 쟁쟁한 국가대표 선배들을 제치며 우승을 차지한 김영아(13.잠신중)의 등장으로 환희에 차있는 여자부는 너무나 상반된 입장.

특별한 대안도 없고 선수들은 하나둘씩 이탈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뭔가 대책을 찾긴 찾아야겠지만 국민적 관심을 집중시킬만한 이슈도 없는 난감한 상황.

전 스포츠 종목에 애착을 갖고 육성할 수는 없는 현실이지만 이규현처럼 사라지는 유망주를 바라볼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가눌 수 없다.

이것이 비인기 종목의 비애인가보다.

제공: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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