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미용]재미있는 걸, 아름다운 걸

  • 입력 2003년 2월 20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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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과 함께 하는 황홀한 목욕’. ‘러시’의 ‘볼리스틱’을 욕조에 넣으면 제품 속에 들어있는 말린 꽃잎이 수면에 떠올라 로맨틱한 목욕을 즐길 수 있다. 초콜릿 머핀과 케이크 모양의 마사지 바와 ‘볼리스틱’ 제품들. 모델 오기연.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꽃잎과 함께 하는 황홀한 목욕’. ‘러시’의 ‘볼리스틱’을 욕조에 넣으면 제품 속에 들어있는 말린 꽃잎이 수면에 떠올라 로맨틱한 목욕을 즐길 수 있다. 초콜릿 머핀과 케이크 모양의 마사지 바와 ‘볼리스틱’ 제품들. 모델 오기연.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포장이나 기능이 장난감처럼 재미있는 화장품들을 가리키는 ‘펀스메틱(funsmetic·fun과 cosmetic의 조어)’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스킨 케어 영역에서는 마치 약품처럼 복잡한 기능설명으로 제법 ‘심각하고 똑똑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려 했던 오랜 전통의 브랜드도 색조 화장품 및 목욕용품에는 ‘애교와 판타지’를 듬뿍 담아 젊은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명동 1호점을 낸 데 이어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공항터미널 지하에 2호점을 개설하는 영국의 자연주의 화장품 ‘러시(Lush)’의 제품들은 음식, 그 가운데서도 디저트류를 컨셉트로 삼았다.

물이 채워진 욕조에 빠뜨리면 ‘지지직’ 소리와 거품을 내며 30초 내에 녹아들어가는 볼 모양의 발포성 목욕비누 겸 오일 ‘볼리스틱’은 동그란 볼 안에 말린 꽃잎, 풀잎, 반짝이 별가루 등이 들어 있는 모습이 초코칩, 아몬드 등이 박혀 있는 아이스크림을 연상시킨다.

따뜻한 물 안에서 덩어리는 녹고 그 안의 꽃잎이나 별 장식은 물 위로 떠올라 지루하지 않은 목욕시간을 보낼 수 있다. 몸의 건조한 부위에 문질러 보습 효과를 주기 위한 마사지 바와 두부처럼 썰어 파는 비누에는 실제로 초콜릿, 녹두, 팥, 레몬, 말린 사과 등이 들어있어 저절로 입안에 침이 고이게 된다.

4월 출시 예정인 스틸라의 첫 향수 라인 ‘부케 두 주르’의 분홍빛이 살짝 도는 투명 향수병에는 향수를 만들 때 사용한 꽃잎이 붙어 있어 깜찍하다. 녹차 오이꽃 레몬 시트러스향을 사용한 상쾌하고 가벼운 ‘제이드 블로섬’에는 흰색 노란색 민트색 꽃잎이, 바닐라 핑크 라일락 백합이 들어있는 ‘크렘 부케’에는 흰색 분홍색 노란색 꽃잎이 붙어 있다.

스틸라의 '제이드 블로섬'향수.랑콤의 '프레클크레용'과 종이 볼터치.부르조아의 '수이베 몽 르갸르'

스틸라의 ‘립 루즈’는 입술에 붉은 색을 남기는 착색제 타입의 립스틱. 겉모양이 실제 사인펜처럼 생겨 메이크업 파우치보다 필통에 넣는 것이 더 어울릴 듯한데 착색 효과가 강해 식사를 하거나 입술을 많이 빨아도 종일 붉은 색이 지속된다.

에스티로더의 볼터치 ‘페이털 블러시’ 뚜껑을 열면 꽃잎을 활짝 펼친 큰 꽃 한송이가 통째로 들어있는 듯 하다. 동그란 통 가운데 황금색 파우더가 들어있는 작은 원 모양의 섹션이 있고 이를 둘러싸고 꽃잎 모양으로 잘라진 여러 가지 채도의 분홍색 파우더 가루가 들어있다.

부르조아의 ‘수이베 몽 르갸르’는 작은 종 모양의 플라스틱 패키지에 각종 파스텔톤 펄 파우더를 담아 소꿉놀이용 장난감 같다. 뚜껑을 열면 나타나는 ‘종’의 손잡이 부분을 들어올리면 파우더 가루가 묻은 브러시가 나온다.

랑콤에서 ‘메이크업 액세서리’ 개념으로 출시한 ‘프레클 크레용’은 ‘인공적인 자연스러움’을 연출하는 제품. 부드러운 갈색 색연필을 눈 아래와 뺨 주위에 찍어 ‘가짜 주근깨’를 만든다. 출시 직후 품절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랑콤의 ‘블러시 페이피르 나크레’는 피지제거용 기름 종이처럼 생겼다. 납작한 종이 팩 안에 들어있는 얇은 종이를 한 장씩 꺼내 볼에 문질러 사용하는 볼터치 제품이다.

‘펀스메틱’의 출시붐에 대해 엘카그룹 에스티로더의 김종섭 전무는 “수많은 화장품 회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품이 담기는 용기 자체를 ‘욕망의 대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며 “원래는 떠오르는 소비 계층인 20대를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유행에 뒤지지 않으려는 중년 여성 고객에게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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