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곬]"떡속엔 정감과 건강이 듬뿍" 떡연구가 윤숙자 관장

  • 입력 2003년 1월 26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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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통 음식인 각종 떡을 고문헌을 통해 복원하고 이를 현대화시켜 젊은 세대에 보급하는데 힘쓰고 있는 윤숙자 ‘떡 부엌살림 박물관’ 관장. -박영대기자
우리 전통 음식인 각종 떡을 고문헌을 통해 복원하고 이를 현대화시켜 젊은 세대에 보급하는데 힘쓰고 있는 윤숙자 ‘떡 부엌살림 박물관’ 관장. -박영대기자
“설날에 먹는 떡국의 의미를 아세요? 둥근 가래떡은 엽전 모양을 상징합니다. 한 해 동안 재화가 풍족하라는 소망이 담겨 있답니다.”

서울 종로구 와룡동 ‘떡·부엌살림 박물관’ 윤숙자 관장(55)의 ‘떡 이야기’를 듣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떡에 관한 윤 관장의 관심과 사랑은 그만큼 남다르다. 이는 지난해 1월 떡을 주제로 한 박물관을 열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입증된다.

“시루에 찐 떡을 길게 늘여 뽑아 가래떡을 만드는 이유는 재산이 쭉쭉 늘어나라는 뜻이지요. 소박하고 단순한 흰 가래떡을 재료로 한 것은 한 해를 시작하는 경건한 마음에서 나온 것입니다. 황해도 개성 지방에서 먹는 조랭이 떡국의 떡 모양은 액운을 쫓기위해 달아놓았던 나무 조롱에서 따왔어요. 이는 누에고치 모양과도 같은데, 비단 실을 뽑아내는 누에고치 역시 복과 재물을 상징합니다.”개성에서 태어난 윤 관장은 ‘조랭이 떡국’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그는 지난해까지 배화여대 전통조리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25년간 학교에서 강의하다 박물관을 개관하면서 학교를 떠났다. 그러나 그는 박물관과 같은 건물 안에서 ‘전통음식연구소’와 ‘한국 떡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여전히 떡을 복원하고 현대화하는데 힘쓰고 있다.

그는 90년대 중반 학교에서 떡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모아 ‘떡 동아리’를 만들기도 했다. 이 동아리는 주로 현대에서도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떡을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그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전통 음식을 가르치다보니 자연스럽게 떡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하지만 떡이 신세대에게 외면당하고 있어 안타깝기도 하다”고 말했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일상에서 접하는 떡 종류는 200가지가 넘었다. 그러나 지금은 많아야 20가지를 맛볼 수 있을 정도. 그는 고문서를 참조해 옛 떡을 복원하고 현대적인 재료로 새로운 떡을 개발하기도 한다. 떡 연구소에서 만들어 내놓은 제품도 100가지가 넘는다. 최근에는 열량을 맞춘 ‘식사 대용의 떡 식단’을 내놓았고, ‘외국인이 좋아하는 떡’ ‘중고교생이 좋아하는 떡’ 등 떡을 용도별로 구분해 전시하는 행사도 가졌다.

윤 관장은 떡이 젊은 세대로부터 사랑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쉽게 구입할 수 있어야 하고, 한 입에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작아져야 한다는 것. 정갈한 분위기에서 떡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그의 ‘소신’ 중 하나다. 그가 떡 카페 ‘질시루’를 운영하면서 앙증맞고 예쁜 떡을 내놓는 것도 이런 생각 때문이다. 그는 “떡 만들기 경연대회, 건강 떡 전시회 등 떡 연구소 주최의 다양한 행사들을 통해 전통 음식인 떡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나겠다”고 말한다.

“떡은 맛과 향, 색깔을 내는데 모두 천연 재료를 씁니다. 콩이나 팥으로 소를 넣고, 치자나 쑥으로 색을 내지요. 인공 감미료가 들어간 서양 과자나 케이크보다 당연히 몸에 좋을 수 밖에 없지요. 이번 설에는 과자대신 떡을 가족과 함께 나눠보는 게 어떨까요.”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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