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2m2’ 하은주에 거는 희망

  • 입력 2003년 1월 2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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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일본전국고교대회 때 한국여자농구의 ‘희망’ 하은주(왼쪽)가 큰 신장(2m2)을 이용한 점프슛으로 상대수비를 무력화하고 있다.사진제공 일본 오카고
2001년 일본전국고교대회 때 한국여자농구의 ‘희망’ 하은주(왼쪽)가 큰 신장(2m2)을 이용한 점프슛으로 상대수비를 무력화하고 있다.사진제공 일본 오카고
한국 여자농구의 희망이 무럭무럭 자란다.

하은주(20·일본 시즈오카단과대 1년). 2m2의 그는 84년 ‘로스앤젤레스의 신화’에 이어 20년 만인 내년 올림픽에서 ‘아테네의 신화’를 일굴 주인공이다.

한국 여자농구가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은메달 이후 그동안 국제대회 정상 문턱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것은 높이의 열세 때문.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4강에 그쳤던 것도 장신 센터의 부재가 가장 큰 이유였다.

80년대 국가대표 센터 하동기씨(2m5)의 딸인 하은주는 한국 여자농구 70년사를 통틀어 최고의 장신. 80년대 ‘코끼리 센터’로 불렸던 김영희(41)도 키가 2m였지만 거인병을 앓았던 그는 큰 키에 비해 움직임이 둔했다. 그러나 하은주는 단신 선수 못지않게 스피드와 기동성이 뛰어난 데다 슛까지 정확하다.

조승연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전무는 “하은주가 골밑에만 버티고 있어도 한국 여자농구는 완전히 다른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며 “국내 프로무대에서 경험만 쌓는다면 세계적인 센터로 성장할 수 있는 초대형 선수”라고 평가했다.

하은주는 우승을 만드는 ‘미다스의 손’. 농구를 시작한 서울 선일초등학교 4년 이후 하은주가 출전한 대회 치고 팀이 우승하지 못한 대회가 없었다. 무릎연골이 부서지는 불의의 부상으로 국내 선수생활을 접고 일본으로 건너간 뒤 2년간의 재활훈련 끝에 처음 출전한 것이 오카고 3년 때인 2001년. 하은주를 앞세운 오카고는 한 해 동안 3개 전국대회(인터하이대회 인터대회 전국체전)를 휩쓸었고, 이 밖에 지역대회 우승 기록은 셀 수 없을 정도다. 농구인들은 하은주가 국내에 복귀하면 아시아 정상 복귀는 물론 세계 정상도 충분히 넘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하은주의 마음. 선일여중 1년 때 부상한 뒤 수술을 받고 일본으로 떠난 하은주는 자신을 치료해주고 농구를 계속할 수 있게 해준 일본을 ‘제2의 조국’으로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하은주를 귀화시켜 일본대표로 뛰게 하자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

미국 진출 희망도 국내 복귀의 걸림돌. 그는 내년 3월 졸업 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직행을 원하고 있다. 이 계획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일본 실업팀에서 뛸 생각. 어느 경우든 한국 여자농구 중흥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조 전무는 “하은주가 국내 프로팀에서 뛰는 게 최선”이라며 “일단 올 6월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 이전에 태극마크를 달도록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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