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새철학 생태학]③생물種 진화와 연관시켜 보전을

  • 입력 2002년 7월 24일 18시 45분


전세계 생물학자들은 지구의 생물 종 다양성에 관해 수십 년 전부터 논의해 왔다. 이 논의에서는 대체로 희귀종을 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열대림의 미확인 생물 종의 수, 인구밀집 지역의 생물 종 보전, 희귀종들이 많이 있는 건조지대의 토지 이용, 작은 섬의 고유종과 도입종의 보전 전략 등을 연구하는 많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고전 생물학자들은 생물 종 문제에 한정해 다양성을 논의하려 하지만 이 시점에서는 생태계, 나아가 진화와 연관된 종 다양성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두 가지 입장이 있다. 한쪽은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인간의 간섭 이전 상태로 보전돼야 한다는 보존론이고, 또 한쪽은 도시건설 관광 산업 등의 인간 활동을 위해서 생물종과 경관을 파괴하고 이용해도 무관하다는 개발론이다.

양쪽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을 것이다. 1900 가지의 지구생물권 유형에 대비하기에는 이미 지구의 인구가 너무 과밀하다. 제로 인구 성장에 성공한 나라가 거의 없는 것을 보면 결국 인간이 이용해야 할 공간이 더 필요한 셈이다. 인도주의자들은 이런 민감한 생태계의 문제를 무시하고 대규모 개발을 정당화하는 논리에 빠져 있다.

이 때문에 개발론자들의 주장은 생물학적 생산성(Biological Productivity)을 감소시키고 많은 유기물질을 장기적으로 퇴적시켜 더 많은 지구온실가스를 배출시킨다고 비난받는다. 그러나 이들은 자연식생(植生·지표를 덮고 있는 다양한 식물군락)보다 조림과 농업으로 얻을 수 있는 속성형 환금작물(換金作物·Cashcrop)이 대기중의 탄소를 고정하는 데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반발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의 논리에 따르자면 엄청난 양의 지하수를 이용해야 하고, 수많은 생물종을 제거하기 위해 과다한 제초제와 비료를 사용해야만 한다. 즉, 개발론자들은 중요한 진실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지구생태학에 관여하는 많은 과학자들은 진화가 계속된다고 믿는 것 같다. 그러나 생태계에서는 수용할 수 있는 조건에 따라 적정한 생물 종의 수가 결정된다. 사실 인간은 오랫동안 새로운 식물과 동물을 선별해 그 수를 늘려놨고, 결국 그것이 오늘날 지구의 종 다양성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이제 진화의 끝을 보려는 듯이 시도되고 있는 유전자 조작은 어떤 상황에서든 중지돼야만 한다.

이런 문제들은 보다 근본적인 생태철학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 DNA에 내재하고 있는 잠재적 유전변이성은 지금까지의 생물종 조사에서 증명된 것 보다 더 크다고 알려져 있다. 멸종돼 사라진 선사시대 종들의 변이 과정도 오늘날 우리가 시도하고 있는 조작과 유사하다. 따라서 미래에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생태학자들 사이에서는 지구 기후를 관리하기 위한 조건과 생물 종 수를 유지하기 위한 요구 사항들이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국제생태학회(INTECOL)와 한국생태학회가 공동으로 서울에서 개최하는 제8회 세계생태학대회(8월11∼18일)에서 이 문제가 다양한 각도로 논의될 것이다.

번역:홍선기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연구원 환경생태학·세계생태학대회 사무총장

헬무트 리스 독일 오스나부르크대 환경시스템연구소 석좌교수·환경복원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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