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뛴 월드컵]119구조대 장재철계장

  • 입력 2002년 6월 28일 18시 52분


서울 중부 소방서 장재철 안전계장. - 이종승기자
서울 중부 소방서 장재철 안전계장. - 이종승기자
월드컵기간 중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거리응원전의 성공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담겨 있다. 거리응원전이 열리는 날이면 당번이나 비번을 가리지 않고 주황색 제복을 입고 현장을 지킨 119 응급구조대도 숨은 공로자 중 하나다.

서울시 중부소방서 장재철(張在哲· 48) 안전계장은 28일 “월드컵 폐막을 앞둔 요즘 아쉬움과 함께 홀가분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거리응원전이 열리는 날은 하루종일 서울시청 앞 응원인파의 안전사고를 현장에서 수습하는 책임을 맡아 서울시청 주차장에 임시 마련된 소방안전통제소 천막 안에서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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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팀이 16강에 오른 뒤 8강, 4강 등으로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거리응원 인파가 급증하면서 서울에서 4일 23건에 불과했던 안전사고는 14일 85건, 22일 166건, 25일 211건 등으로 늘어나 한때 우려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여 ‘축제’를 즐기면서도 큰 사고가 없었다는 것은 기적이며 모두 성숙하게 질서를 지켜준 시민들 덕분”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늘 거리응원의 현장에 있었지만 막상 경기는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전광판이 아닌 응원인파 쪽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붉은 악마들과 함께 응원하고 싶은 마음을 억눌러야 했던 점”이라고 그는 실토하기도 했다.

22일 오후 6시경 폭죽 불꽃이 프라자호텔 옆 대형 현수막에 옮아 붙어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려 나섰을 때 그가 받은 감동도 남다르다.

“당시 4강 진출이 확정된 직후라 완전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도 불이 났다니까 발 디딜 틈 없이 서서 축하공연을 보던 응원객들이 바다가 갈라지듯 길을 비켜주더군요. ‘와, 바로 이거구나. 이게 우리의 보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29일 터키와의 3, 4위전에는 마지막 거리응원을 하기 위해 더 많은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돼 아직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1982년 공채로 서울시 소방본부에 말단 소방사로 들어온 그는 1997년 계장으로 승진할 때까지 화재진압을 위해 2000여회나 출동한 베테랑이다.

“20년 간 근무하면서 이렇게 힘들어본 적이 없지만 이렇게 보람을 느낀 적도 없습니다. 3, 4위전이 끝나면 발 좀 뻗고 자야겠습니다.” 그가 활짝 웃으며 한 말이다.

서영아기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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