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달맞이 고개… 송정해변… 기장 멸치축제

  • 입력 2002년 5월 15일 18시 40분


송정 바닷가 모습
송정 바닷가 모습
“사람 억수로 많은데 말라꼬(뭐하려고) 그리 갈라(가려고) 카노(하노).”

어릴적(70년대 초반) 여름방학이면 찾던 부산 외가댁에서 해운대 해수욕장에 가자고 조르면 늘 하시던 할머니의 말씀. 당신은 이미 돌아가신지 오래고 해운대 파도소리마저 들어본 지도 십수년인지라 그 말씀 기억할 일도 없었건만 지난 주말 부산을 찾았다가 해운대를 지나던 길에 까맞게 잊었던 그 말씀이 순간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이다.

그러면서 할머니는 나를 데려갈 삼촌들에게 차비를 쥐어주며 이렇게 ‘지시’하셨다. “송정으로 가그라이.”

송정. 해운대에서 해안가로 솟은 높은 고개 하나를 넘어가야 만날 수 있었던 조용한 해변. 당시 송정은 호텔 솟은 번화가의 해변타운 해운대와 달리 한 켠에 군인휴양소 천막이 줄지어 있고 다른 한 켠은 방파제와 푸른 솔숲으로 장식된 조용하고 소박한 갯가 풍취가 진한 해변이었다. 아나고(바닷장어) 회치고 버린 머리토막 하나를 아이스케키 막대기에 매달아 방파제 바위틈에 넣고 바닷게가 집게로 집을 때 까지 기다리던 게잡이 추억은 지금도 기억속에 생생한데….

헌데 이날 찾은 송정해변의 모습은 시간의 격차만큼이나 그 차이가 컸다. 산뜻한 신축호텔과 고층건물이 들어서고 해변가로는 도로도 났다. 변하지 않은 것은 푸른 솔숲과 바다와 모래사장. 그러나 해운대와 비교해 보면 풋풋함과 소박함은 여전히 진하게 느껴져 그 점은 개발된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외버스가 힘겹게 넘던 전망좋은 고갯길. 이것이 그 유명한 ‘달맞이 고개’가 될 줄이야. 서울의 압구정동처럼 카페 레스토랑이 밀집한 부산의 새 명소로 떠오른지 오래다. 고개마루에는 고층아파트까지 들어서 고개 아래서 올려다 보니 해안가 절벽위에 도시처럼 군림한 달맞이고개 동네는 프랑스 남부 지중해안의 작은 왕국 모나코의 몬테카를로를 빼어 닮았다.

오륙도 등 부산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이 고개마루. 누각 하나쯤 없을리가 없다. 그것은 해월대. 수영만과 멀리 오륙도가 훤히 내려다 보였다. 주차장에는 춘원 이광수의 시비 ‘해운대에서’가 있었다. ‘누우면 산월이요 앉으면 해월이라. 가만히 눈감으면 흉중에도 명월있다. 오륙도 스쳐가는 배도 명월싣고. 어이 갈거나 어이 갈거나. 이 청풍 이 명월두고 내 어이 갈거나. 잠이야 아못데 못자랴. 밤새도록.’

옛 길은 ‘달맞이길’이라고 이름붙여 달맞이고개 오르내리는 드라이브객에게 내주고 바쁜 이를 위해서는 산아래 송정터널 뚫어 해운대와 기장읍을 단시간에 연결하는 도로를 놓은 터. 지리에 익숙치 않은 외지 여행객이라면 자칫 송정 구덕 연화리 대변 등으로 이어지는 멋진 해안도로를 지나칠 수도 있으니 조심할 일이다.

멸치젓을 담그기 위해 생멸치에 굵은 소금을 넣어 비비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멸치항으로 유명한 대변은 꼭 한번 들러보자. 지금이 멸치가 가장 맛있을 때고 그래서 16일부터 19일까지 멸치축제가 열린다.

대변항 포구에서 벌써 40년째 멸치젓갈을 취급한다는 염규범씨(66·기장군수협 중매인). 그의 설명은 간단했다. 멸치철이 3월∼5월이기는 해도 멸치에 알이 차는 요즘이 멸치살도 부드럽고 알도 많아 맛있다는 것. 그리고 지금 멸치젓을 담궈야 맛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새우가 ‘갱갱이’(좁쌀만큼 잔 새우)를 먹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면서 그는 생멸치 배를 따 속을 보여주었다. 배 안에는 아직 채 소화되지 않은 잔새우가 가득 차 있었다. 이런 멸치로 담근 젓갈의 맛은 ‘멸치+새우’젓이라는 설명인데 지난해 담근 젓갈의 맛을 보니 뒷맛이 달콤했다.

포구의 길가에서는 아침에 잡힌 생멸치를 즉석에서 굵은 소금과 비벼 비닐포대에 넣어 젓갈용으로 판매했다. 이날 가격은 3만5000원(25㎏들이). 2만5000원쯤 해야 적당한데 멸치잡이가 시원찮아 그렇단다. 염씨는 명함(염씨네 멸치젓·051-722-9321)을 주며 아침에 전화해보고 가격쌀 때 오라했다. 물론 택배도 가능하다고.

대변항에 들렀다면 포구앞 바다 바라보며 소주에 멸치회 한 접시는 ‘참새 방앗간’ 아닐가. 멸치회는 기름이 많아 맛이 쉽게 변하기 때문에 대변처럼 생멸치가 집하되는 곳이 아니면 여간해서 제맛을 보기가 어렵다. 생멸치는 뼈만 발라 야채와 채썬 과일을 넣고 초고추장에 버무려 생미역 상추등에 쌈을 싸서 먹는데 한 접시(2만원)면 두 사람이 실컷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멸치찌개도 있다. 축제때는 25% 할인판매 한다.

◇여행정보

▽찾아가기 △해운대→기장(해안드라이브)〓해운대(맥도날드햄버거앞·이하 괄호안의 거리는 여기서부터 총연장)∼달맞이길(청사포)∼해월대(1.3㎞)∼송정입구(5㎞·기장 경유 울산행 직선도로 분기점)∼송정 중앙로∼해안가 삼거리(5.4㎞)∼해동 용궁사(7.3㎞)∼연화리회촌(10.9㎞)∼대변항(입구·11.3㎞)∼기장읍(17.2㎞·가스충전소 있음). △기장→서울〓기장읍/14번국도∼온산∼울산∼16번고속도로(울산선)∼언양/1번고속도로(경부선)∼서울.

▽대변항 멸치축제〓추진위 051-720-5638

◇함께 떠나요

파도 밀려오는 바위해안에 자리잡은 해동 용궁사에서 해맞이후 대변항 멸치축제에 참가하는 무박2일 패키지. 18일 오후 늦게 서울 출발. 5만8000원. 애플관광 02-723-8893

부산〓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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