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우리에게 후퇴와 항복은 없다" '외인부대'

  • 입력 2002년 4월 12일 17시 21분


낮 온도가 섭씨 50도에 가까운 지부티의 외인부대원들
낮 온도가 섭씨 50도에 가까운 지부티의 외인부대원들

외인부대/임영훈 지음/533쪽 2만9000원 들녘

‘인생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자.’

프랑스 외인부대(레종 에트랑제)의 모병 포스터 슬로건이다. 단지 이국에서의 용맹과 모험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구호는 아닐 것이다. 누구나 인생을 다른 각도에서 한 번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 책은 놀랍고, 신기하면서 한편으로는 우리가 알지 못하던 미지의 세계에 대한 신나는 모험으로 가득 차있다.

‘외인부대’는 전세계 135개국 8500명의 젊은이가 생활하고 있는 전세계 최강의 용병부대다.

잘 알려지지는 않은 사실이지만, 이 중 한국인이 벌써 100여명을 넘어섰다. 아시아인으로는 중국인(300여명), 일본인(150여명) 다음으로 한국인이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한 것이다. 주한 프랑스대사관에 따르면 지난해 외인부대 지망을 위해 문의한 건수만도 600여건을 넘는다고 한다.

한국인이 이 부대에 최초로 들어건 것은 1943년이다.‘김’으로만 알려진 그는 1953년 알제리 전투에서 사망해서 지금은 알제리의 시미 벨 압바스라는 곳에 묻혀 있다. 김씨 다음의 두 번째 외인부대원이 이 책 뒷부분에 소개된 홍성훈씨다.

홍씨 못지 않게 이 책의 저자 임영훈도 독자의 눈길을 끄는 특이한 인물이다. 그는 의사로서 지난 10년간 외인부대에 빠져 외인부대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던 것이다. 그런 만큼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도 다양하다. 역사적인 오랑항 방어 전투, 콩스탕틴 공략전 등 영욕의 전투사로부터 한 젊은이가 외인부대원이 되는 과정의 철저 가이드, 외인부대의 견장에서 병기 장비 휴일에 이르는 상세정보, 외인부대 방문기와 전세계에 퍼져있는 외인부대원들의 활약상에 이르기까지 자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저자는 프랑스 외인부대를 최소한 10번 이상 다녀왔다. 책상에 앉아 머리 속으로 쓴 책이 아닌 것이다.

무엇 때문에 100명이 넘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머나먼 나라로 총을 들기 위해 떠났을까? 한때 한국의 경제사정이 어려워진데도 그 원인이 있지만, 그것은 ‘내 인생을 내 식대로 살아보겠다’는 자유의지를 가진 요즘 세태와 무관하지 않다. 외인부대 내에서 한국출신 사병들에 대한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훈련, 사격, 구보, 관물정돈 등 모든 분야에서 가장 우수한 자질을 가진 자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역사를 자랑하는 2800m 구보시합의 최고기록 보유자는 5분30초로 주파한 한국인이었다. 한국인의 우수성은 외인부대 중에서도 최정예부대로 손꼽히는 코르시카 주둔 제2공수 외인연대에 한국인이 가장 많다는데에서도 드러난다. 이러한 자질을 인정받아 작년에 제3보병연대의 최병장은 진급시험에 합격해 하사가 되었고, 근래에는 중사로 진급한 한국인 사병도 나왔다. 외인부대 내부에서도 더 이상 한국인은 새롭거나 신기한 존재가 아닌 것이다.

이 책은 전설의 외인부대에 대한 종합적 보고서이자 외인부대를 지망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가이드로 꼽기에 손색이 없는 책이다.홍하상 다큐멘터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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