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길러보니]다양한 방학캠프 체험…자신감 '쑥쑥'

  • 입력 2002년 4월 9일 15시 21분


불로뉴시의 캠프 소개 책자 커버
불로뉴시의 캠프 소개 책자 커버
프랑스에서는 짧게는 5일, 길게는 2개월 반까지 1년에 약 8번의 방학이 있다.

이 가운데 보름 이상인 크리스마스, 봄, 여름, 겨울 방학동안 많은 프랑스 아이들은 각종 캠프 및 어학 연수를 떠난다. 특히 시에서 일정 금액을 지원해 주는 캠프의 경우 경제적인 부담이 덜하고 안전이 보장된다는 이유에서 많은 학부모들이 선호한다.

캠프에 참가할 수 있는 나이는 6∼17세. 경쟁률이 높은 탓에 신청일 당일에는 새벽 5, 6시부터 줄을 서는 사람들로 시청 앞이 장사진을 이루기도 한다.

우리 부부는 이곳 불로뉴에서 살기 시작한 지 4개월만에 처음으로 딸 주혜와 아들 상호를 캠프에 보냈다. 이때가 2000년 4월경.

“말도 안 통하는데 ‘왕따’당하면 어떻게 해?” “가기 싫어”라고 반항하는 아이들을 달래 캠프 준비물을 챙기면서도 내심 ‘아이들이 잘 지내고 올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열흘 후 아이들이 돌아오는 날, 활짝 웃는 얼굴을 보는 순간 노심초사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녹아내렸다.

아이들은 또래 아이들과 많이 친해졌다고 자랑했다. 또 단체활동을 통해 어떻게 질서를 지켜야 하는지, 또 남을 배려해야 하는지 배워왔다면서 으쓱해했다.

일단 언어 문제가 가장 걱정됐던 엄마로서는 프랑스어에 익숙해져 제법 의사소통을 잘 하게 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대만족이었다.

그 해 여름, 아이들은 스스로 캠프에 가고 싶어했다. 딸 주혜는 프랑스 남단의 코르시카 섬에 보냈다. 그곳에서 주혜는 카누도 해 보고 돛단배도 타 보았다며 신나했다. 하루는 돌고래도 보았다고 했다. 지중해의 파란 물결을 바라보면서 너무나 행복한 캠프 생활을 했다고 말하는 아이의 얼굴이 반짝였다.

아들 상호는 승마 캠프에 다녀왔다. 난생 처음 말을 타본 아들은 먼저 말과 친해지는 과정인 ‘말 털 빗기’ ‘고삐 잡기’ 등 기초적인 코스를 거쳐야 했다. 상호는 “나중에는 나 혼자 말을 타고 달렸어”라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안장, 부츠 등 모든 장비는 캠프에서 대여해 주었다.

주혜는 그 해 겨울 스키 캠프를 갔다. 목적지는 스위스였다. 유럽 국가들은 서로 인접해 있기 때문에 스위스, 독일 등 여러 나라로 캠프를 떠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캠프마다 드는 비용은 캠프 기간과 장소, 참여 인원수,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지난 겨울, 프랑스 남부 도시인 샤무스로 떠났던 스키캠프(약 3주간 120명 참가)의 참가비는 1인당 약 30만원이었다. 하지만 약 2주간 20여명이 참가했던 영국 어학연수는 60만원 정도가 소요됐다.

두 아이는 4월 중순, 봄방학을 맞아 벨기에의 유로 스페이스 센터로 떠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에게 있어 방학은 언제나 신나는 날이니까.

홍성희(43·주부·프랑스 블로뉴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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