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희의 영화이야기]감독의 아내들이여 파이팅!

입력 2002-01-24 17:40수정 2009-09-1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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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도 눈물도 없이’의 류승완 감독과 우리 영화사의 강혜정 실장은 부부다. 강실장은 나와 ‘투캅스3’로 4년전에 인연을 맺은 친구고, 류감독은 강실장의 적극 추천으로 함께 일하게 되었다. 그래서 공교롭게도 한 영화사에서 두 사람이 일년을 넘게 일하고 있다.

‘피도…’가 한창 촬영 중일 때 류감독 얼굴이 안 좋길래 강실장에게 “남편 괜찮니?”라고 묻자 “모르겠어요. 요즘 말 안한지 꽤 됐어요” 라고 대답했다. 의아해서 “왜 말을 안하느냐”고 묻자 촬영할 때는 너무 예민해지고 신경질적으로 변해 눈치코치 다 봐야 한단다.

하지만 영화 촬영이 얼마나 감독의 혈을 짜내는 지 잘 아는 강실장은 그런 감독 남편을 이해하며 각자 잠만 자고 나온다고 한다. 감독의 직업 특성을 잘 아는 사람이니까 그렇지, 다른 감독 부인들은 어떻게 일년 중 열달 이상을 그렇게 사나 싶다. 새삼 어느 인터뷰에서인가 임권택 감독의 부인이 ‘트로피만 있으면 뭐해요, 애들이 아빠 얼굴을 모르는데’라며 한탄했다는 얘기가 생각난다.

그런데 감독이란 직업은 일로만 바쁘고 예민한 남편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다. 촬영하다 보면 배우들과 친해지고, 배우중에는 당연히 여배우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의외로 감독 아내들은 그 부분에 있어서는 참 현명하다. 아무리 소문이 떠돌아도 그것을 절대 추궁하지 않는단다. 감독은 당연히 배우와 호흡이 맞아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소문 많은 동네에 헛소문도 나는 법, 그것으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을 괴롭혀야 하겠느냐는 이야기다.

또 감독 남편의 모니터 역할도 톡톡히 하는 듯 하다. ‘와니와 준하’를 만든 김용균 감독의 부인은 모 영화주간지의 편집장인데 남편의 시나리오나 아이템이 별로일 때는 가차없이 ‘형편없다’고 일축해 버린다고 한다.

박찬욱감독의 부인은 조목조목 짚어가며 의견을 말하기도 하지만 결론은 절대 말하지 않는단다. 남편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또 다른 마음 씀씀이라는 것이다.

영화인 특히 제작자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 영화 감독의 아내들에게 머리숙여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좋은 영화 대표 greenpapya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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