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비밀번호 안잊으려면…영문-숫자 조합해 한개만

  • 입력 2002년 1월 17일 15시 40분


홈쇼핑으로 물건을 산 후 인터넷뱅킹으로 입금하려던 주부 이모씨(34)는 머리카락을 쥐어 뜯기 시작했다. 비밀번호를 쳐넣는 대목에서 가물가물 기억이 흐려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자기 이름의 영문 이니셜에 결혼 기념일, 첫아이와 둘째아이의 생년월일 등을 이리 저리 조합해보았지만 세 번 모두 실패.

“헉! 오늘도 삼진 아웃 당했다.”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 가입하는 족족 비밀번호를 까먹어 애를 먹던 회사원 김모씨(36)는 비밀번호를 대신 기억해주는 인터넷 사이트를 소개받았을 때 “이젠 됐다” 싶었다.

자주 이용하는 사이트의 이름과 ID, 비밀번호를 허브 사이트에 꼼꼼하게 정리한 후 다음날 꺼내보려던 김씨는 그만 자지러졌다.

“앗! 허브 사이트 비밀번호가 뭐였더라.”

신용 카드 비밀번호, 온라인 쇼핑몰 회원번호, 현관문의 넘버 키…. 요즘 사람들은 말 그대로 비밀번호의 홍수속에 빠져 허우적대고 산다.

전자 서명이나 지문, 홍채 등 생체인식 기술이 대중화돼 내 몸의 일부로 ‘나’임을 증명할 수 있기 전까지는 헤어나오기 힘든 늪이다.

“어떻게 하면 비밀번호를 까먹지 않고 살 수 있을까요?” 하루에도 수십번씩 사이트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며 생활하는 정보통신 전문가들에게 묻자 “뾰족한 수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럼 뭉툭한 수라도 뭐 없을까요?”

(1)가장 까다로운 비밀번호 구성조건 기준에 맞춰 하나를 만든 뒤 조건에 따라 변형해서 쓴다. 8자리로 하되 앞부분의 4자는 알파벳을 조합하고 뒷부분 4자는 숫자로 채운다. 비밀번호로 숫자를 요구하는 경우 숫자 4개만 떼어 쓰고 알파벳과 섞으라고 하면 8자리를 다 쓴다(성균관대 행정 정보화 전문가 김성태 교수).

(2)역시 8자리 비밀번호 하나를 만들어 쓴다. 앞의 4자는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하고 나머지는 해당 사이트 주소의 알파벳 4자를 따서 쓴다(동아일보 경제부 천광암 기자).

(3)고객 정보 입력 때 아예 휴대전화 번호를 쓰지 않는다. 은행 등 금융권에서는 보안상 비밀번호로 생년월일과 전화번호는 물론 휴대전화 번호도 사용 못하게 하는 곳이 많다. 그러나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하면 기억하기 편한 비밀번호를 만들 수 있다(한빛은행 영업부 비밀번호 담당 공복기 과장).

(4)수첩에 사이트와 ID 비밀번호를 모조리 적어둔다. 대신 “수첩을 잃어버리면 난 끝장이야” 하는 불안 속에 살 각오를 한다(아날로그적 삶을 그리워하는 36세 직장인).

(5)그리핀도르 기숙사 게시판에 생년월일과 메일 주소를 적고 ‘비밀번호’를 가르쳐달라고 한다(다음카페에 들른 해리포터 마법학교 학생).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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