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블랙박스]또 터진 히로뽕-대마초에 '전과자'들 냉가슴

  • 입력 2001년 11월 19일 18시 05분


‘백색 호박씨와 엽기토끼 사건.’

지난 주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이 사건은 청순한 이미지로 수많은 남성들을 사로잡았던 내숭파 연기자 황수정의 백색 가루(히로뽕) 사건과 엽기가수 싸이의 먹어선 안 될 풀(대마초) 사건이었다.

사건 당일 라디오를 통해 황수정의 소식을 듣자마자 한 때 그녀와 스캔들이 있었던 한 영화배우와 연예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들은 이미 너무 많은 전화를 받느라 지쳐있었다.

그동안 일부 인터넷 게시판을 제외하고 황수정은 항상 좋은 이미지로 비춰져왔다. 참한 며느리 혹은 이상적인 아내감 0순위로 뽑힐 만큼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방송 관계자들에게 그녀는 무척 다루기 힘든 연기자였고 매니저들에겐 너무 까탈스러워 모시기 어려운 스타였다. 그녀를 사랑했던 남자들에겐 그녀가 누구에게도 독과점될 수 없는 여인이라는 소문들이 무성했다.

아직 사건은 수사 중에 있고 진실은 밝혀지겠지만 그녀가 히로뽕인 줄 알았든 최음제인줄 알았든 대중들은 그녀에 대한 배신감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요즘 그만한 청순파 연기자도 없기 때문에 한동안 그녀의 빈자리가 크게 다가올 것 같다.

싸이의 경우 비교적 대마초를 접하기 쉬운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했다는 점, 스스로 밝혔듯 시간만 나면 나이트 클럽에 출입했다는 점, 엽기 가수라는 별명에 걸맞게 튀는 행동을 일삼았던 점 등이 쉽게 수사 대상이 되지 않았나 싶다.

업계에 따르면 발매 직전에 있던 싸이의 2집 앨범이 좋은 곡들도 상당히 많은데다 내용도 파격적이라 대박을 예상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으로 앨범을 출시도 못하게 됐으니 소속사와 해당 레코드사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소속사는 박지윤의 ‘성인식’을 패러디한 ‘신고식’이라는 노래가 ‘새’를 능가하는 히트작이 될 거라며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고 한다. 한 신문은 싸이가 이번 사건으로 20억원 가량 손해를 보게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그의 2집 앨범이 정상적으로 출시돼 대박이 터졌다고 가정한다면 그보다 몇 배의 손해를 본 것이나 마찬가지다.

원래 한국의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면 연예인들은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프로 야구라는 가장 큰 기사거리를 잃은 스포츠 신문들이 특종 경쟁을 벌이다보니 애꿎은 연예계를 들쑤시게 되고 결국 대형 스캔들이 많이 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연예계 스타들은 추워지는 날씨만큼 잔뜩 웅크리게 될 전망이다. 더구나 이런 식의 마약류 사건이 나면 절대 빠지지 않는 기사 한 가지가 있다. 그동안 있었던 역대 연예계 마약 사건 기록이다. 이로 인해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성실하게 살고 있는 마약류 전과 연예인들은 다시금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돼 괴로워하고 있다. 마약 사범이라는 꼬리표가 마치 주홍글씨처럼 평생을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한 번이라도 마약 사건에 연루되면 강산이 몇 번 변해도 유사사건이 날 때마다 대중들에게 다시 일깨워지는 족쇄를 차게 되는데 대형 정치사건이나 경제사건이 터져도 이처럼 지난 사건기록을 일일이 들춰가며 흥밋거리로 지면을 도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듯 엄청난 파장과 손해, 후유증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연예계에서 백색 가루와 나쁜 풀은 사라져야 한다.

김영찬<시나리오작가>nkja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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