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윌리엄 사파이어/인터넷 ‘빅브라더’에 족쇄 채워라

입력 2001-03-13 18:37수정 2009-09-21 02:5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어떤 사람이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고 신용카드로 지불을 하면 그 사람의 이름과 구입 물품의 목록이 컴퓨터에 고스란히 저장된다. 그리고 슈퍼마켓은 이 정보를 원하는 사람에게 팔아 넘긴다. 정보의 구매자 중에는 고객의 취향을 알고 싶어하는 기업 영업 담당자도 있지만 어쩌면 이 정보를 이용해서 뭔가 나쁜 짓을 꾸미려는 사람도 포함될 수 있다.

사람들은 인터넷을 하면서 자신들의 신분이 밝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많은 빅브라더들이 인터넷상에서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해 그 정보를 팔아 넘긴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최고경영자 스콧 맥닐리는 “우리의 사생활은 전혀 보호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 어떤 사람이 슈퍼마켓에서 콘돔이나 임신테스트기를 샀을 때, 또는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방법에 관한 책이나 음란 비디오를 샀을 때에도 그 구매내용은 구매자의 이름과 함께 컴퓨터에 고스란히 저장된다. 혹은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자기도 모르게 미 연방수사국(FBI)의 감시를 받는 수상한 사이트에 접속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를 자신도 모르게 빼앗기게 된다.

따라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개인정보 수집가들에게 먼저 정보수집 사실을 알리고 적극적인 동의를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 정보를 거래하는 사람들은 대중의 이런 요구에 맞서서 정보공개를 원치 않는 사람이 그 뜻을 스스로 밝히게 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방법은 대중 홍보용 책략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짐을 개인의 어깨에 지우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수집가들은 정보공개를 원치 않는 사람이 자신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거나 ‘정보공개를 원치 않음’이라고 쓰인 단추를 인터넷 화면에서 누르기만 하면 된다고 말한다. 바꿔 말하면,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사람은 정보공개에 동의한 것으로 보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보 수집가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한 표적 마케팅의 위험을 잘 모르고 있어서 자신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굳이 귀찮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중에 개인정보를 수집하려면 정보의 주인들로부터 적극적인 동의를 먼저 구하도록 강제하는 연방법을 새로 제정하겠다고 세 번이나 밝힌 바 있다. 사실 그런 법안이 이미 상원의 통상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그러나 존 매케인 상원 통상위원장은 이 문제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고 민주당 상원의원인 존 케리와 밥 토리첼리는 ‘정보공개를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히지 않는 것을 동의로 간주하는 정보상인들의 책략에 동조하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 보호라는 원칙은 절대로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개인의 적극적인 동의가 먼저라는 원칙을 고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모두 빅브라더의 감시와 통제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http://www.nytimes.com/2001/03/12/opinion/12SAFI.html)

▽필자〓윌리엄 사파이어(NYT 칼럼니스트)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