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록의 독서일기]"동심-교훈주의 아동문학은 아니다"

  • 입력 2001년 2월 12일 09시 55분


90년대 중반을 넘어 사회·문화·경제적 수준 향상으로 어린이책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고 아동문학을 공부하려는 움직임도 아동문단 한쪽에서 조용히 불고 있다. 그러나 막상 아동문학을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외국의 아동문학이론을 번역해 놓은 몇몇 이론서들 《책·어린이·어른》(폴 아자르 지음)《어린이 책의 역사》(존 로 타운젠드 지음)《용의 아이들》(마리아 니콜랴예바 지음)《아동 문학론》(릴리안 스미드 지음)만이 책방 아동문학부문에 한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렇듯 아동문학의 현황과 작품분석이 전무한 우리 아동문학계에 본격적인 아동문학 연구서 《아동문학과 비평정신》(원종찬 지음/창작과비평사 펴냄/420쪽 1만5000원)은 오랜 가뭄 뒤 단비 같은 존재임이 분명하다.

1977년 이오덕의 《시정신과 유희정신》(창작과비평사)의 뒤를 이은 《아동문학과 비평정신》은 일반문학의 그늘에 가리워 상대적으로 빛을 못본 아동문학의 진지한 연구서라 하겠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우리 아동문학을 보는 시각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글들이다. 저자는 한국 아동문학을 둘러싼 여러 문제들, 이른바 동심주의 교훈주의 속류사회학주의의 뿌리를 밝히고자 했다.

어린이는 무조건 순진하고 곱고 착한 존재라는 작가중심의 어린이관(觀)의 작품들인 동심주의와 어린이들에게는 뭔가 교육적인 것을 주입해야 하는 교훈주의나 아이들한테 역사지식이나 이념주입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속류 사회학주의에서 벗어나 인간과 삶에 대한 어떤 태도를 만들어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부는 최근에 출판된 책의 동향과 서평을 모아놓았다.

3부는 '발굴 작가·작품론'을 모아놓았다. 이 장(章)에서는 일제시대에 누구보다 두드러지게 활동했지만, 이러저런 사정 때문에 우리 기억으로부터 멀어진 이들 이태준, 현덕, 노량근, 이구조, 윤복진, 최병화, 이영철, 정지용, 이원수의 아동문학작가론이다.

더욱이 우리 눈을 확 띄게 한 부분은 뒷부분에 부록으로 실은 '아동문학 비평목록'이었다. 이는 자료조차 변변히 없는 우리 아동문학 연구자들에게 더없이 반갑고 고마운 자료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아쉬움이 남는다면, 외국아동문학과 그림동화, 옛이야기 등의 다양한 장르를 다뤘다면 좀더 총체적인 아동문학의 지침서가 될 터인데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이런 작업은 20여 년만에 다시 나온 연구서에 기대하기는 너무 무리한 일인지 모른다.

저자는 어린이도서연구회, 한국글쓰기회, 겨레아동문학연구회등에서 활동하며 우리 아동문학의 여러 문제들을 연구하고 좋은 어린이책을 소개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어린이문학에서 기념비적인 '겨레아동문학선집'과 현덕동화집 《너하고 안놀아》윤복진동요집 《꽃초롱 별초롱》등을 엮은 역량있는 중견 평론가이다.인하대 강사 및 선화여상 교사로 재직중.

최영록<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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