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문인화가 이상태씨가 정발山行 즐기는 3가지 이유

  • 입력 2001년 2월 7일 18시 52분


①이웃과의 情 새록새록

“이웃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여느 명산들과 다르죠.”

정상에 올라보면 늘 이웃과 부대끼며 생활하는 일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호수공원도 잘 보인다. 자신과 이웃의 생활터전이 한눈에 들어오는 산이어서 언제나 이웃을 생각하게 해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웃’에는 꿩, 토끼 등 정발산에 살고 있는 수십종의 동식물도 포함된다.

내 집을 오가듯 조용조용 다니는 등산객들 덕분에 토끼 꿩 등이 사람을 봐도 크게 놀라지 않고 친구처럼 어울린다.

②어린시절 추억 솔솔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아버님 생각이 나더군요.”

해발 87.7m의 야트막한 정발산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정발산 전철역에서 내리면 곧바로 보인다. 정상에는 평심루(平心樓)라는 누각이 그야말로 ‘평안한 마음’처럼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여느 산에 비해 가족단위로 소풍길에 나선 듯 찾는 이가 많다. 정월대보름인 7일에는 ‘대보름 달맞이’도 열렸다.

신도시 개발 이후에는 도심 속 어린이들의 산교육장으로 손색없는 명소가 됐고 어른들에게는 잠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면서 가족간의 살가운 정을 느낄 수 있는 ‘추억의 명소’가 됐다.

③자신 돌아볼 여유 절로

“여느 산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돌아보게 하지요.”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문에서 최연소로 대상을 받았던 이씨는 자부심을 갖되 자만하지 않도록 산 속에 파묻힌 자신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다잡는다.

“낮은 산이라고 깔보지 않아야 하고 산이 깊지 않다고 마음을 놓아선 안되죠. 사랑하는 마음과 긴장하는 마음 모두가 필요한 곳이 바로 정발산입니다.”

자신에게 언제나 채찍을 던지는 정발산에 대한 느낌을 화폭에 담기 위해 그는 새해 첫날부터 건너편 건물에 올라가 사흘 동안 정발산을 그렸다. 도시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교육청 건물과 운치있는 정자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산은 산인데 현대식 건물도 자리잡고 있어 일산의 특색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정발산이 마음에 듭니다.”

<이동영기자>argus@donga.com

◇이웃끼리 이런대화 어때요

“경빈이 아빠는 직장도 든든하고 체력도 20대 못잖아 얼마나 좋으세요.”

“아이고 다슬이 어머니, 경빈이 엄마가 들으면 웃어요. 다슬이 아빠야말로 얼마나 듬직하세요.”

“아이고 숨차, 제가 보험 일을 시작해보니 세상 남자들이 남편보다 나아 보이더라고요.”

“저도 직장생활 17년째인데 한동안은 집사람보다 멋진 여자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아니 경빈 엄마는 남편이 최고라고 자랑하던데 그러실 줄 몰랐어요.”

“다슬이 아빠야말로 정말 남자 중 남자지요. 며칠 전에도 골목에서 담배 피우는 10대들을 용감하게 혼내주시던 걸요.”

“물론 그이가 박력있긴 하죠…. 마누라에게 신경을 안써서 그렇지….”

“그런데도 딴 사람이 더 눈에 들어오세요?”

“나이는 들었어도 패션감각 있게 옷도 입고 말도 멋지게 하면 얼마나 좋아요. 멋진 남자가 눈에 들어올 뿐이지 다른 일은 없어요. 오해는 마세요.”

“잘 압니다. 저도 남잔데 멋진 여자가 눈에 안들어 온다면 거짓말이죠.”

“정발산이 별로 높지 않다더니 왜 이리 숨이 차는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예전엔 멋진 여자가 눈에 들어오더니 요즘엔 안그러세요?”

“나이 들어가니까 바뀌더라고요. 몇 년 전부터는 정말 경빈엄마가 제일 예뻐 보여요.”

“농담마세요. 매일 술에 찌든 양반이….”

“며칠 전 다슬 아빠랑 빙어낚시 다녀왔잖아요. 그때 처음 봤는데 다슬 엄마랑 연애하던 시절 경복궁에서 찍은 사진을 갖고 다니시데요.”

“아니 그 사진이 아직 남아있다고요?”(얼굴이 조금 붉어지며)

“술안주로 다슬 엄마 사진 한번 보는 게 가장 달콤하다고도 하시던 걸요.”

“…”

“아, 벌써 정상이네요. 얼른 내려가서 다슬이네랑 저희랑 모처럼 외식하러 가요!”

<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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