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은 버리고 가자]윤구병/편식·과식 病을 먹는다

  • 입력 1999년 12월 2일 19시 47분


시골에 내려와 농사짓고 약초를 채취하면서 식사 습관이 많이 바뀌었다. 음식문화를 보는 눈도 달라졌다. 아니, 나 어렸을 적인 반세기 전으로 돌아갔다고 해야 하리라.

도시에 살 때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지금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철을 모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같은 큰 철은 느껴 알지만 한 해 스물네 절기가 어떻게 바뀌는지는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자연과 동떨어진 인공의 섬에서 자연과 연관없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도시 사람들의 ‘철없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표 분야가 식생활이다. 요즈음 대부분의 도시사람들은 중증 편식 습관으로 건강을 망치고 있으면서도 그걸 모른다. 먼저 백미 편식을 들 수 있다. 일년 내내 하루 세끼 꼬박 흰 쌀밥만 먹고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별미로 먹는 게 아니라면 식당에서고 집에서고 잡곡밥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큰일이다. 전체 주곡 자급률 25% 남짓, 잡곡 자급률 5% 남짓이라는 섬뜩한 통계수치의 의미를 곱씹지 않더라도 보리 밀 기장 콩 조 수수 같은 잡곡에 함유되어 있는 여러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지 못하니 건강을 해치고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몸의 순리 거슬러

어찌 그뿐이랴. 김치 편식도 백미 편식 못지않게 중증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시도 때도 없이 하루도 빼지 않고 무 배추 김치를 담가 먹는다. 김치가 놓이지 않으면 상차림이 안 되는 줄 안다.

크게 보아 백미 편식, 김치 편식이 국민 건강을 해치는 주적이지만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같은 육류의 과다 섭취도 마찬가지다. 고기 한근을 생산하자면 곡물이 열근, 스무근 들어가고 고기 한끼 안 먹으면 굶주리는 북녘동포에게 열끼 스무끼 양식을 대줄 수 있다는 입바른 말은 그만두기로 하자. 외국에서 들여오는 사료에 섞인 방부제 농약 성장촉진제 같은 독성 물질에 대한 이야기도 없는 것으로 치자. 육류를 많이 먹으면 인간도 맹수처럼 잔혹하고 난폭해진다는 설교도 그만두자.

인간은 본디 채식동물이다. 그래서 곡식이나 채소는 늘 먹어도 물리지 않지만 육류를 상식하라면 물리지 않을 장사가 없다. 우리 생체구조에 맞지 않는 것을 과식하니 탈이 안 날 수 없다.

◆건강-자원 모두 망쳐

도시에는 철이 없으니 어떤 음식이 제 철에 나는지 도시에만 살다 보면 알 수가 없다. 그런 뜻에서 현대 도시사람들은 거의가 철부지요, 덩달아 철없는 사람들, 철 모르는 사람들일 수밖에 없다. 제 철 음식을 먹지 않고 어떻게 철이 들며 철따라 변화하는 생체구조에 맞추어 어떻게 식사습관을 조절하고 자연스러운 음식문화를 즐길 수 있으랴.

이 철 모르는 도시시람들의 식사 습관, 음식문화가 시골에 사는 농어민들까지 철없게 만든다. 한겨울에 수박 딸기 먹고 한 여름에 보쌈김치 먹고 싶어하는 도시사람들 입맛에 맞추려면 철이 들고 철이 나는 것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사시장철 참치회 광어회 찾는 터에 어찌 바닷고기 씨를 말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원은 자원대로 고갈시키고 건강은 건강대로 망치는 이 철없는 식사습관, 이 철모르는 음식문화를 버리지 않고는 식량자급이 기초가 되는 국가주권이고 건강한 몸이 뒷받침하는 새로운 세기에 알맞은 창조력이고 다공염불일 뿐이다.

윤구병(변산공동체학교교장)

다음회 필자는 김용운씨(한양대 명예교수·수학문화연구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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