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 세상 정다운 사람]조흥銀 '사랑과 기쁨나누기'

  • 입력 1999년 8월 20일 19시 44분


‘꽃보다 아름다운, 그리고 난(蘭)보다 향기로운 축하카드 한장.’

박양숙(朴良淑·34·부산 동래구 사직동)씨는 10월에 결혼하는 절친한 후배를 축하하기 위해 7월부터 매달 1만원씩 ‘저축’하고 있다.

하지만 그 돈은 후배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대신 한장의 카드만 전달될 뿐이다. 그 카드에는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꽃이나 난을 보내는 대신 카드를 보냅니다. 꽃과 난을 살 돈은 모두 불우이웃을 돕는 데 사용됩니다”라고 쓰여진다.

이 행사는 조흥은행이 5월3일부터 전국 지점에서 동시에 시작한 ‘사랑과 기쁨 나누기’ 행사. 승진이나 개업 결혼 등 ‘기쁜 일’을 맞았을 때 화환과 난 대신 카드를 보내고 그 돈으로는 불우이웃을 돕는다. 꽃과 난보다 더욱 아름답고 향기로운 ‘마음’을 전달하는 셈이다.

박씨는 “꽃보다 더 뜻깊은 일을 하고 싶어 행사에 참여했고 결혼하는 후배도 내 마음을 이해해 줄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지금까지 이 모금행사에 참여한 사람은 751명.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1만원에서 10만원까지의 ‘많지 않은’ 돈을 맡긴다. 어차피 행사 취지가 꽃과 난을 대신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돈을 기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익명의 천사’들이 기탁한 금액은 벌써 3200만원을 넘어섰다. 도움을 받은 보육원 장애인단체 양로원도 40곳이 넘는다.

6월부터 1만원씩을 내고 있는 김대천(金大千·55·경기 수원시 팔달구)씨는 “우리가 즐거운 일에 꽃을 주고 받는 동안 얼마나 많은 소외된 이웃이 고통받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은 작은 돈을 내지만 언젠가 꼭 불우한 이웃을 직접 돕고 싶다”고 말했다.

행사를 맡은 본점 사업부의 이유경(李有景·24)씨는 “고객에게 행사의 의의를 설명하면 대부분 ‘많지 않은 돈이지만 뜻깊은 일에 써달라’며 즐거운 표정으로 성금을 맡긴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또 “축하카드를 발송하고 나면 성금을 낸 고객으로부터 ‘받은 사람도 즐거워하더라’는 전화가 많이 걸려와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조흥은행 직원들의 참여도 열성적이다. 은행 명의로 나가던 모든 화환은 이미 축하카드로 대체됐다. 6월9일 개점 80주년을 맞은 서대문지점 직원들은 축하화환을 보내겠다는 사람들에게 “꽃 대신 불우이웃을 돕는 행사가 있는데…”라며 설명에 열을 올려 56만원의 성금을 모으는 ‘개가’를 올렸다.

서대문지점에 화환 대신 성금 10만원을 보낸 소프트뱅크 한국법인의 이동백(李東伯·33)씨는 “늘 보내던 꽃을 안 보내니 ‘이래도 되나’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돈이 좋은 일에 쓰인다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02―734―7577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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