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현장(4)/호남권]『우리가 해제1순위』

입력 1998-11-27 19:24수정 2009-09-2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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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벼농사나 과수 채소 재배 등 근교농업에 종사하는 광주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주민들은 “그동안 갖가지 규제에 묶여 농사를 짓는데 따른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벼농사를 하는 한 주민은 “곡식 창고를 30평밖에 못 짓게 했다”면서 “미나리 손질하는 작업장에 천막 하나 씌워도 불법 건축물이라고 벌금을 매겼으니 말이 되느냐”며 혀를 찼다.

전국개발제한구역주민협의회 광주지역지부장 기원주씨(광주 광산구 임곡동)는 “그린벨트에 묶인 곳은 사실상 농촌이지만 행정구역상 광주광역시에 속한다는 이유로 읍면 단위를 대상으로 하는 중학교 의무교육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그린벨트 재조정에 대해 시청이나 군청에 여러번 물어봤으나 ‘아직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는 대답밖에 듣지 못했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주민대표들은 다음달 2일 열릴 예정인 공청회에 대비해 지역별로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다.

호남지역에서 그린벨트 대수술을 가장 반기는 사람들은 광주권의 담양 장성 화순군, 전주권의 완주 김제군 등 광주광역시나 전주시에 속하지 않으면서 그린벨트에 묶인 인근 군지역 주민들.

담양군 고서면의 한 주민은 “우리야말로 그린벨트제도의 가장 큰 희생자”라며 “그린벨트로 묶인 뒤 주민들이 계속 이사를 하는 바람에 마을이 폐촌처럼 돼버렸다”고 말했다.

담양군 관계자는 “그린벨트내 불법행위 단속 요원 인건비나 관리비도 광주시가 아닌 담양군이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주민들은 “20가구 이상인 마을만 주거지역으로 해제한다는 것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조건이 똑같은 옆마을은 풀리는데 가구수가 조금 모자라는 다른 마을은 계속 묶이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견해였다. 광주 광산구 임곡동은 34개 마을중 10여개 마을이 20가구에도 못미친다.

그린벨트 지역 시군 관계자나 주민들은 모두 “그린벨트에서 풀린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개발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전망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2011년까지 시 인구가 2백20만명으로 증가한다는 가정 아래 그린벨트 안쪽 도심에 택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95년에 완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광주전남환경운동연합 임낙평사무국장은 “투기 우려가 없다고 다 푸는 것은 곤란하다”며 “정당한 보상을 전제로 그린벨트 본래의 기능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권 그린벨트 주민들은 “전주시는 인구가 58만명에 불과하므로 전면 해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개발이 어려운 높은 산으로 둘러쌓인 전주 같은 도시는 별도의 그린벨트가 필요없다는 견해였다.

여수시 관계자는 “일괄 해제가 유력시된다는 보도에 접한 주민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바가 없어 답변을 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은 “건설교통부가 원칙만 제시하고 해제 지역을 선정해야 하는 궂은 일은 지자체에 맡겼다”며 그린벨트 조정 과정에서 밀려들 민원에 벌써부터 긴장하는 모습이다.

〈광주〓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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