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한국 축구가 마케팅으로 성공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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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축구는 마케팅으로 먹고산다. 정몽규 신임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선거 공약으로 “1000억 원 정도인 협회 1년 예산을 2000억∼3000억 원으로 늘리겠다”고 내세웠던 것도 마케팅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축구가 마케팅으로 성공하려면 ‘축구’라는 상품이 팬들에게 인기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팬들이 축구에 열광하게 만들어야 기업들이 후원하려고 달려들게 된다. 팬들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게 국가대표팀의 경기력이다. 협회가 대표팀 경기력 향상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경기력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축구’라는 상품을 기업에 고가에 팔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다. 한국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뤘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따는 등 국제 경쟁력은 갖추고 있다. 이에 비해 마케팅 전략은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주도권을 가지지 못하고 후원 기업에 질질 끌려 다녔던 측면이 있었다. 아마도 새롭게 조직 개편 그림을 그리는 정 회장이 이 부분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을 터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예를 들어 세계적인 마케팅 파트너를 끌어 들이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조언한다. 일본축구협회(JFA)의 마케팅 파트너는 바로 세계 1위 광고 대행사인 덴쓰. JFA는 덴쓰를 내세워 아시아를 넘어 국제축구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덴쓰는 JFA에 스폰서를 연결해주고 협회 이벤트 대행을 하고 있다. 또 한편 덴쓰는 남미축구연맹(COMEBOL) 유럽축구연맹(UEFA)은 물론이고 국제축구연맹(FIFA)의 마케팅 파트너이다. JFA는 자연스럽게 덴쓰를 통해 ‘축구외교’에 큰 도움을 얻고 있다. 2002년 창설한 동아시아축구연맹(EAFF)도 덴쓰가 주도해 만들어 JFA의 입김이 세다. 국제 축구 외교에서 한국이 일본에 밀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KFA가 쉽게 덴쓰 같은 파트너를 만나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국제 시장에 해박한 파트너를 만나야 ‘국제축구 권력’에서 더이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국내 마케팅 업체를 파트너로 삼아 덴쓰처럼 키우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한국 축구#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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