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최예나]좋은 대학만 가면 되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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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엄마들 사이에서 축하와 한숨이 오가는 시기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통지와 대학 합격자 발표 등 남은 일정이 아직 많지만 긴긴 터널을 12년 만에 벗어난 고3 엄마와 아직 갈 길이 먼 초1∼고2 엄마 사이의 일이다.

 수능이 끝난 직후는 자녀가 고3이 아닌 엄마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시기다. 수능 난도나 출제 경향에 따라 아이의 사교육과 진로 방향을 결정해야 해서다.

 올해가 ‘불수능’이었다는 소식에 벌써 국어학원이 들썩인다. 내년부터 영어영역에 절대평가가 도입된다. 각 대학이 영어 반영 비율을 줄이겠다고 해서 수학 공부에 매진해왔는데 이제 국어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올해 국어영역 지문은 길고 어려웠다. 초등생 자녀를 둔 엄마는 “수학 위주로 가르쳤는데 국어학원에도 많이 보낼 것”이라고 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엄마는 “영어가 절대평가라고 공부를 안 할 수도 없고, 결국 국어 수학 영어 모두 놓치면 안 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엄마들은 수능 출제 경향을 보고 아이를 외국어고, 과학고, 영재학교, 자율형사립고 중 어디에 보낼지 결정하기도 한다. 수능은 매년 난도가 들쑥날쑥하니 잘 볼지 걱정되고, 잘 봐도 정시로 뽑는 인원이 점점 줄어드는 게 문제다. 한 엄마는 “수능에만 올인(다걸기)했다가는 불수능이어도 물수능이어도 문제”라며 “수시를 공략하려면 자사고를 가야 할지, 일반고에서 전교 1등을 하는 게 나은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엄마와 아이 모두의 목표는 하나다. 좋은 대학 가는 것. 그 이후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좋은 대학에 가면 취업도 결혼도 잘하고, 집 사고 행복하게 살 거라고 믿는다.

 지금 아이들의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았던 세상은 분명히 그랬다. 1980, 90년대에는 경제가 매년 고속 성장을 했다. 명문이 아니어도 대학 나오면 좋은 회사에 취직했고, 승진도 빨랐다. 집 한 채 사면 부동산 값이 팍팍 뛰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아도 중산층이 될 수 있는 전제조건은 좋은 대학이었다.

 이런 기억을 갖고 있는 엄마 아빠니 당연히 아이가 좋은 대학 가는 데 모든 걸 건다. 그런데 저성장 시대가 된 지 오래다. 좋은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안 되고, 빨리 잘리고…. 사는 게 너무나 어렵다. 너를 눌러야 내가 잘될 수 있는 세상…. 불안감이 팽배하니 사교육 잡겠다고 정부가 칼 갈아봐야 소용없다.

 사교육 사업으로 시가총액 2위에 오르기도 했던 메가스터디그룹 손주은 회장은 수능 다음 날 기자에게 “한국식 사교육은 좋은 대학 가면 성공한다는 향수 때문에 유지되고 있지만 길어야 2020년이면 끝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반드시 끝나야 한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는데 아직 학생들이 문제풀이식 입시 교육을 받는 게 아찔하다”면서.

 4년 전, 교육제도로 유명한 핀란드의 한 교육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는 왜 공부 말고 다른 거 잘하는 건 칭찬해주지 않죠? 공부만 탤런트(능력)가 아닌데….”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중요하지 않은 아이들 세대에는 부모 세대에서 중요했던 가치가 지속되지 않는다. 아이가 자기만의 재능을 키울 수 있게 믿고 응원해주자. 아이들이 번뜩이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학교 현장도 바뀌어야 한다.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yena@donga.com
#대학#수능#불수능#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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