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나는 KTX 탈선 원인…열차 방향 잡는 ‘분기기’ 최초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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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9일 2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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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로전환기 신호 케이블 반대로 꽂혀있는 황당한 일도

강릉선 KTX 서울행 열차 탈선 복구작업 이틀째인 9일 강원도 강릉시 운산동 사고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열차를 선로에 올려놓는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2018.12.9/뉴스1 © News1
강릉선 KTX 서울행 열차 탈선 복구작업 이틀째인 9일 강원도 강릉시 운산동 사고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열차를 선로에 올려놓는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2018.12.9/뉴스1 © News1
지난해 개통 후 사고가 터진 강릉선 KTX 서울행 열차 탈선의 원인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9일 코레일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현장에 파견된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들이 육안으로 사고지점을 둘러봤다.

그 결과 탈선사고의 원인이 선로전환기의 전환상태를 표시하는 회선 연결이 잘못되며 생긴 신호시스템의 오류란 추정이 나왔다.

또 선로에서 움직이며 열차의 방향을 잡아주는 분기기에도 최초 문제가 있던 것으로 나왔다.

철도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고 원인은 이렇다.

사고 발생 지점은 남강릉 차량기지와 서울, 두 방향의 선로가 나뉘는 분기점이다.

이렇게 선로가 나누어졌을 때 좌우로 움직이며 열차의 방향을 결정하는 선로 상에 설치된 막대를 분기기라 한다.
강릉선 KTX 열차 이탈 사고가 발생한 P21B(붉은원) 선로. 현재 이 선로와 근처에 있던 P21A(파란원) 선로 각각에 설치된 선로전환기의 전환상태를 표시하는 회선 연결이 잘못됐던 것이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8.12.9/뉴스1 © News1
강릉선 KTX 열차 이탈 사고가 발생한 P21B(붉은원) 선로. 현재 이 선로와 근처에 있던 P21A(파란원) 선로 각각에 설치된 선로전환기의 전환상태를 표시하는 회선 연결이 잘못됐던 것이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8.12.9/뉴스1 © News1

이 분기기는 선로전환기(전철기)라 하는 기계장치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데 해당 현장에는 남강릉 차량기지(21A)와 서울(21B) 두 곳의 노선에 선로전환기가 각각 하나씩 설치돼있다.

사고 당일인 지난 8일 오전 강릉역 관제센터에서는 21A인 남강릉 차량기지의 선로전환기에서 시스템상 에러가 났다는 신호가 떴다.

그러나 당시 실질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것은 남강릉이 아닌 서울행 21B의 선로전환기였다. 이곳의 분기기가 서울쪽 철로로 완전히 붙어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분기기가 제대로 붙어있지 않으니 당연히 선로전환기는 이를 오류로 판단했다. 다만 그것을 표시한 것이 서울이 아닌 남강릉쪽 선로전환기였던 것이 문제였다.

그러나 고속철 특성상 고압전기가 흐르고 있어 현장에는 선로변환기의 이런 오류를 확인할 수 있는 인원이 없었다.

이에 강릉역 직원들은 당연히 관제센터에 뜬 내용만 보고 점검을 위해 서울이 아닌 남강릉쪽 선로전환기로 이동했다.

도착한 직원들이 남강릉쪽 선로전환기를 점검하는 동안 발생했던 오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강릉선 KTX 서울행 열차 탈선 복구 현장을 찾아 선로전환기를 살펴보고 있다. 2018.12.9/뉴스1 © News1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강릉선 KTX 서울행 열차 탈선 복구 현장을 찾아 선로전환기를 살펴보고 있다. 2018.12.9/뉴스1 © News1

이후 오전 7시30분 강릉역을 출발한 KTX 열차가 서울로 진입하기 위해 21B 선로에 진입했고 분기기가 제대로 붙어있지 않은 곳을 달리며 그대로 탈선하게 됐다는 것이 철도당국의 설명이다.

이처럼 각각의 선로전환기 신호가 바뀐 이유는 참으로 황당했다.

사고 현장 인근에 있는 신호제어시스템에 각 선로전환기의 회선이 반대로 꽂혀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청개구리마냥 한쪽이 잘못됐을 때 반대쪽에서 오류 신호를 보낸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초동조사 결과 이것이 사고가 발생한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원인을 왜 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알게됐냐는 것이다.

코레일은 브리핑을 통해 해당 회선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최종 검사가 지난해 9월17일 이뤄졌으므로 그때부터 연결이 잘못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아직까지 정확한 조사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연결이 잘못된 시점이 언제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코레일의 유지·보수 상황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22일 개통한 KTX 강릉선은 언제부터 회로 연결이 잘못됐는지도 모른 채 언제든 이런 사고가 터질 위험을 안고 운행됐던 것이다.

이에 철도당국 관계자는 “고속철도의 특성상 고압전류가 흐르고 있어 신호기계장비를 점검하려면 단전상태에서 관련 전문가가 다뤄야 한다”며 “이에 신호기계장비의 뚜껑을 열고 각 회선의 이상여부를 확인하는 연동시험은 규정상 2년에 한번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강릉선 KTX 서울행 열차 탈선 복구 현장본부를 찾아 브리핑을 들은 뒤 고개 숙여 국민에게 사과하고 있다. 2018.12.9/뉴스1 © News1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강릉선 KTX 서울행 열차 탈선 복구 현장본부를 찾아 브리핑을 들은 뒤 고개 숙여 국민에게 사과하고 있다. 2018.12.9/뉴스1 © News1

현재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왜 케이블이 반대로 꽂혀있었는지, 시공 초기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준공 후부터 현재까지 일말의 조작이 있었는지, 최초 분기기는 왜 제대로 붙지 않았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의 규명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현장을 방문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결과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한 만큼 노선 시공과정을 담당한 철도시설공단과 운영·보수를 맡고 있는 코레일 등 담당 책임자들에 대한 대대적 문책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릉=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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