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바꿔보기 → 마음 열기 → 용기내 사과… ‘왕따 해결 3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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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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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능동초 박현성 교사의 집단괴롭힘 해결 사례

경남 김해능동초등학교 6학년 5반 아이들은 등교하면 친구를 안아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이성끼리 손잡는 것조차 꺼리던 아이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이 지금은 서로 안아주며 “오늘도 좋은 하루”라고 인사한다.

안아주기 인사법은 이 학교 박현성 교사(34·사진)의 아이디어다. 박 교사는 “아이들끼리 안아주는 인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교실 분위기가 바뀌고 학교폭력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안아주기는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박 교사는 “안아주는 모습을 잘 관찰해보면 유달리 어색해하거나 표정이 이상한 아이가 있다. 그런 아이와 상담을 해보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인성교육을 제대로 하려면 먼저 아이들과 가까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마술과 레크리에이션, 연극도 배웠다. 그의 이런 노력은 2004년 교직에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 바로 결실을 봤다.

2004년 9월 김해삼성초 5학년 담임을 맡았다. 어느 날 체육시간에 은비(가명)라는 여학생 옆에 아무도 접근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날부터 아이들을 세밀하게 관찰했다. 아이들이 은비에게 “더럽다”고 말하며 은비가 만진 물건도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었다.

며칠 동안 해결책을 고민한 끝에 박 교사는 수업 시간에 사절지를 모든 아이에게 한 장씩 나눠줬다. 네 칸을 만들고 첫 칸에는 ‘왕따를 시킬 때 드는 심정’, 둘째 칸에는 ‘내가 만약 왕따를 당한다면 어떤 기분일까’를 써보게 했다. 나머지 칸에는 내가 왕따를 시키는 장면과 내가 왕따를 당하는 장면을 그려보라고 했다.

아이들은 왕따를 시킬 때 “재미있다” “어쩔 수 없다” “내가 안 당하기 위해 한다”고 답했다. 자신이 왕따를 당한다면 “자살한다” “복수한다” “전학간다”라고 썼다. 왕따를 시키는 사람은 하나같이 못된 얼굴로 그렸다.

아이들을 꾸짖지도, 체벌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수업 이후 7명이 은비에게 미안하다는 쪽지를 보냈다. 다만 은비에게 말을 거는 아이는 여전히 없었다. 사과를 하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박 교사는 ‘용기도우미’를 뽑기로 했다. 아이들은 투표로 반에서 가장 용기있는 남녀 대표를 뽑았다. 대표들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용기있게 하겠다”고 선서했다.

그날 용기도우미인 호진이가 은비에게 다가가 “지금까지 미안했어”라며 악수를 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눈치를 보던 아이들은 하나둘 손을 내밀더니 모든 아이가 은비와 악수를 하기 위해 긴 줄을 만들었다. 박 교사는 “지금까지의 교사생활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이후 그는 학급에서 소외된 아이들을 위한 교육방법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2005년에는 학교에서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아 따돌림을 당하던 상용이의 담임이 됐다. 박 교사는 장애인이 아닌데도 입을 열지 않는 아이와 소통하려고 수화를 공부했다. 반 아이들에게도 틈틈이 수화를 가르쳤다.

점심시간에는 아이들에게 ‘난타’를 가르치면서 리듬에 맞춰 기합 소리를 내도록 했다. 상용이를 연극에 참여시키려고 무언극(無言劇)도 했다. 상용이가 집에서는 말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는 매일 저녁 아이와 통화를 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상용이가 마침내 학교에서 한마디씩 말을 하기 시작했다. 박 교사에게도 말을 걸었다. 아이들도 상용이를 챙겨주게 됐다.

박 교사는 “왕따는 아이들이 나쁘기 때문에 생긴다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생긴다고 믿는다. 교사만이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는 어떤 식으로든지 교사 눈에 보일 수밖에 없다. 관심과 애정을 쏟는다면 분명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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