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1960년 이전에도 DMZ에 고엽제 항공살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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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 3, 4차례 뿌리는것 봤다” 1955년 전방근무 70대 증언

미군이 6·25전쟁 직후인 1950년대 중반 비무장지대(DMZ)에 고엽제를 뿌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동안 DMZ 내 고엽제 살포는 미군 기밀문서 등을 통해 1960년대 이후에만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왔다.

육군상사 출신인 음도남 씨(77·경기 연천군 신서면)는 30일 “입대 이듬해인 1955년 육군 15사단 소속으로 강원 철원군 백마고지에 근무하면서 미군이 헬기 등을 이용해 한 달에 서너 차례 DMZ에 고엽제를 살포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음 씨는 “고엽제 살포 과정에 한국군이 참여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항공 살포 때 한국군은 방독면과 우의를 착용하고 방공호에 들어가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비행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풀과 나무가 벌겋게 타들어갔다”고 설명했다.

6·25전쟁 직후에는 DMZ에 얕은 울타리만 설치돼 있어 크고 작은 교전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북한군 동태를 잘 파악하기 위해 풀과 나무를 제거하는 일이 중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군 기밀문서 등에 따르면 미국은 1950년대 초반 고엽제와 공중살포 장비를 개발했다. 1956년 푸에르토리코에서 실험을 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음 씨가 고엽제 살포를 목격한 시기와 비슷하다.

또 음 씨는 1967년 연천군 신서면 천덕산 일대에서 근무하면서 미군 관리 아래 고엽제를 직접 손으로 살포했다. 그는 20여 년 전부터 손가락이 구부러지고 다리가 마비되는 증상으로 고생하다 2007년 국가보훈처로부터 국내 고엽제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국내 고엽제 피해자들은 1967년부터 약 3년에 걸쳐 남방한계선 근처에서 고엽제를 살포한 군인이나 군무원 등이다. 음 씨 부인과 마을 주민들은 “음 씨가 전방부대에서 근무하면서 고엽제를 직접 뿌렸고 이 때문에 병이 난 사실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말했다.

연천=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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