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무르시 실권장악 승부수… 국방장관 - 참모총장 전격 교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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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헌법도 폐기 권한 강화… 군부와 사전교감설 잇따라

이집트 최초의 민선 대통령인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반 만에 호스니 무바라크 구(舊)독재정권의 잔재로 꼽히는 군부 최고 실세들을 물갈이하며 권력 장악에 나섰다. 지난해 무바라크 퇴진 후 정권을 장악한 군부와 민선정부 간의 힘겨루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무르시 대통령이 실질적인 군부독재 종식을 위한 특단의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무르시 대통령은 12일 무함마드 후사인 탄타위 국방장관 겸 군 최고위원회(SCAF) 위원장을 전격 해임했다. 탄타위 장관은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21년간 군부 수장을 지냈다. 또 SCAF 2인자인 사미 아난 육군 참모총장을 비롯해 해군, 공군 참모총장도 해임했다.

아울러 무르시 대통령은 6월 중순 SCAF가 의회해산 명령을 내린 뒤 일방적으로 내놓은 임시헌법을 폐기하고 새로운 헌법 초안을 발표했다. 임시헌법은 대통령 입법·예산권은 물론이고 군통솔권까지 군부에 이양하도록 해 무르시 대통령이 ‘꼭두각시 대통령’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외신들은 무르시 대통령이 군부독재를 실질적으로 끝내고 무바라크 정권과의 단절을 위해 공격적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SCAF 정권 이양 로드맵을 따르며 군부의 영향 아래에 있었던 이집트 헌법재판소도 이번 조치로 힘을 잃은 것으로 분석됐다. 무르시 대통령은 이날 “이집트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새로운 세대와 함께 새 지평을 열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취임 전 강한 리더의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했던 무르시 대통령이 크게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최근 이슬람 무장세력의 잇단 공격으로 시나이 반도의 국경수비대원 16명이 사망하면서 군부 책임론이 커지자 무르시 대통령이 이를 활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조치로 무르시 정부와 군부의 권력투쟁이 본격화되면서 정국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양측의 ‘사전교감’이 있었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이집트가 군부독재를 끝내고 민주정권 이양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방부 부장관인 무함마드 아사르는 “무르시의 결정은 탄타위와 SCAF 위원들의 협의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르시 대통령이 해임한 탄타위 장관과 아난 참모총장을 대통령 고문으로 임명하고, 탄타위 장관 후임으로 측근 압둘 파타 시시 군사정보부 수장을 임명한 것도 이를 입증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영국 엑시터대 오마르 아슈르 교수는 “무르시가 취임 이후 개혁적 인사를 내각에 배치하며 ‘소프트 파워’를 높였는데 이번 조치로 ‘하드 파워’까지 갖췄다”고 평가했다. 센추리재단 마이클 와히드 하나 연구원은 “무슬림형제단이 지지하는 대통령 1명에게 권력이 쏠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이집트#군부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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