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처음으로 직접…” 감격의 이집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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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적 대선 투표… 시민들 표정
“무바라크 독재 무너뜨리고 선거다운 선거까지…” 눈물

“파라오와 술탄, 제국주의와 왕정에 이어 군부의 억압통치에 신음해온 이집트 국민들이 드디어 그들의 손으로 지도자를 뽑게 됐다”(알자지라 방송)

이집트 역사상 첫 민선 대통령 선거가 23일(한국 시간) 시작됐다. 지난해 2월 ‘아랍의 봄’으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축출된 지 15개월 만이자 1952년 군 장교인 가말 압델 나세르가 비밀 군사조직 ‘자유 장교단’을 이끌고 쿠데타로 왕정을 무너뜨린 뒤 60년 만이다.

수도 카이로 교외의 한 대학 건물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이날 투표 시작 1시간 전인 오전 8시에 벌써 시민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다고 BBC방송 등이 전했다. 히잡을 쓴 여성들은 남성들과 따로 줄을 섰으며 모두 기대감에 들뜬 모습으로 차례를 기다렸다. 시민들의 표정만큼이나 날씨도 화창했다.

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은 대선 몇 개월 전부터 이미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집트 시내 건물 외벽과 가로등, 전신주는 3월 초부터 출마자들의 포스터로 뒤덮였다. 3월 8일 마감된 대통령선거 후보 등록을 위해 등록원서를 갖고 간 사람만도 모두 600여 명에 달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야말로 무바라크 30년 독재를 끝내고 이집트 역사에서 첫 민간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뽑는 행사다.”

카이로 시민 알리 씨(70)는 최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벅찬 감정에 눈물을 흘렸다. 그는 “그동안 치러진 선거는 군부에 의해 주도된 투표여서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다. 3월 상하원 국회의원선거 때 평생 처음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히잡을 쓴 나흐마드 압델 하디 씨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집트에 오늘은 아름다운 날이다. 조국과 내가 오늘에서야 위엄을 갖게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외신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새로 뽑힐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을 뚜렷하게 밝혔다. 노점상 아흐메드 무함마드 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 대통령이 서민들이 제기한 문제와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며 “무바라크 대통령은 서민들의 이익에는 관심 없이 착취하기만 했다. 다시는 그런 비극을 겪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실업사태나 종교 갈등 등 당면한 문제 해결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주부 라시다 씨는 “이집트 상황은 모든 것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자식 셋이 모두 대학을 졸업했지만 극심한 실업사태로 취업을 못하고 있다. 새 대통령은 실업문제를 해결할 인물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취업에 성공했다는 무함마드 마그디 씨도 “사람들이 일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비공으로 일하고 있다는 아데 알푸다 씨는 “우리 사회에 있는 무슬림과 기독교인들을 동일하게 대우하는 대통령이 뽑혀야 한다”고 밝혔다.

23, 24일 이틀간 치러지는 이번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다음 달 16, 17일 상위 득표자 2명을 대상으로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현재까지 여론조사 결과 가장 유력한 1, 2위 후보로는 아랍연맹 사무총장을 지낸 암르 무사(76)와 무바라크 정권에서 마지막 총리를 지낸 아흐메드 샤피크(71)가 꼽히고 있다.

정윤식 기자 jys@donga.com
#이집트#대선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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