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위 보도 ‘미디어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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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언론 “시위대 피해는 내부 소행 탓”
독립언론 일제히 반발 “무차별 살상” 규탄

반군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이집트에서 국영 언론과 독립 언론 간의 미디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8일 보도했다.

정부청사 밖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던 시위대에 대한 보안군의 강경 진압으로 10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친 사건에 대해 국영방송은 “치명적인 탄환이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발사됐다. 이는 시위대 내부 세력에 의해 일어난 일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17일 보도했다.

이에 시위대는 국영방송이 군부의 폭력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왜곡보도를 하고 있다며 반발했고 독립 언론들은 보안군의 무자비한 진압을 규탄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독립 위성방송 ONTV의 앵커 유세프 엘 후세이니는 뉴스 진행 중 보안군에 의해 옷이 벗겨진 채 끌려가는 여성의 사진을 보여주며 “우리의 딸이 이런 꼴을 당하는 상황에서 이 땅에 성인 남성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후 콧수염을 깎은 모습으로 나타나 뉴스를 진행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콧수염은 성인 남성을 상징한다.

국영언론의 보도에 분노한 일부 관영 라디오방송 진행자와 국영방송 뉴스 진행자들은 인터넷에 국영언론의 ‘왜곡 선전’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군부가 언론을 통제한다고 비판한 관영 라디오 진행자 3명은 방송출연을 금지당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집트 인권운동가의 말을 인용해 최근의 시위에도 내년 1월 3일로 예정된 3차 총선 일정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군부의 강경 진압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가장 유력한 차기 정치세력인 이슬람주의 정당들이 남은 선거일정을 빨리 마무리 짓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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