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나은 삶의 미래 열렸다” 테헤란 축제의 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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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협상 타결… 기대에 들뜬 이란
국기-외교장관 사진 흔들며 자축… 오바마 연설 국영TV로 생중계
40% 인플레-10% 실업률 극복 기대

“이란이 이겼다!” “잘 가, 팔라펠(중동 전통 빵). 어서 와, 맥도널드!”

14일 오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전국에 생중계된 TV 연설로 서방과의 핵협상 타결 소식을 알리자 이란 국민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오랜 경제제재로 피폐해진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이 시민들의 마음을 지배했다.

로하니 대통령의 TV 연설이 시작되기 직전에는 이란의 주적 격인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긴급 성명을 발표하는 장면이 이란 국영TV를 통해 여과 없이 생중계됐다. 이란 TV에 오바마 대통령이 생방송으로 등장한 것은 이란 핵개발 중단과 대(對)이란 제재 해제 잠정합의안이 발표된 올해 4월을 포함해 이번이 두 번째다. 두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보던 전자제품 상점 주인 알리 호세이니 씨는 “전쟁이 아닌 대화로 풀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날이 저물자 수도 테헤란 거리에는 수천 명이 몰려 나와 한바탕 축제를 벌였다. 바나크 광장 등에 모인 사람들은 이란 국기와 함께 이번 협상에서 이란 측 대표로 나선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교장관의 사진을 손에 들고 흔들었다. 얼굴에 이란을 상징하는 흰색, 붉은색, 녹색을 칠한 채 “이란”을 반복적으로 외치는 모습은 마치 이란이 월드컵에서 우승한 듯한 느낌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축제 분위기가 고조되자 경찰들이 제지에 나섰다. 국민들이 지나치게 좋아하는 모습이 외부로 공개되면 이란의 국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란 국민들이 이처럼 환호하는 이유는 협상안 타결로 수십 년의 경제적 고립에서 벗어나 국내에 돈이 유입되고 경제가 살아나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기 때문. 이란은 지난해 유가 급락 이후 40%에 이르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10%가 넘는 실업률을 겪고 있다. 이미 2012년 미국과 유럽연합(EU), 유엔의 3중 제재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온 상황이다.

이런 까닭에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정치권보다 국민들이 더 컸다. 외국 기업들도 제재 해제 이후 본격화될 이란 시장의 잠재성에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해 “이란 국민들은 서방 브랜드에 대해 친밀감을 갖고 있다”며 “특히 미국 브랜드인 코카콜라와 GM 쉐보레를 좋아한다”고 전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란#테헤란#핵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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