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만에 극적 구조된 18세 청년 “물 좀 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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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땅’ 카트만두를 떠나며/이유종 특파원 현지 르포]
기적적 구조 소식 들려오지만 대다수 실종자 생각에 가슴 먹먹
힌두교 카스트제도 풍습따라 죽어서도 화장 장소-비용 달라

“무사히 돌아와 고마워” 한국 학생들 귀국 리히터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한 네팔로 지난달 16일 이동학습을 떠났던 경남 창원시 태봉고등학교 학생들이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 학교 교사들이 공항에 나와 무사히 돌아온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무사히 돌아와 고마워” 한국 학생들 귀국 리히터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한 네팔로 지난달 16일 이동학습을 떠났던 경남 창원시 태봉고등학교 학생들이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 학교 교사들이 공항에 나와 무사히 돌아온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유종 특파원
이유종 특파원
30일 오전 네팔의 카트만두에는 비가 내렸다. 빗방울이 제법 굵었다.

비가 내리는 날 지진의 잔해 더미에서 실종자를 찾는 가족들의 심정은 어떨까. 구조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니 부서진 건물에 깔린 피해자들이 살아날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 비가 아직 살아 있는 실종자들에게 생명수가 된다면 기적이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카트만두에는 기적적인 낭보도 이따금 들려왔다. 이날 건물 잔해에 갇혀 있던 18세 청년이 대지진 이후 5일 만에 구조된 것이다. 이 청년은 구조대가 나타나자 고맙다고 인사했고, 구조 작업 내내 물을 달라고 했다고 현장의 경찰관이 전했다. 생후 넉 달밖에 안 된 아기가 무너진 가옥에 고립돼 있다가 지진 발생 22시간 만에 구출됐다는 소식도 뒤늦게 들려왔다.

그런데 이런 소식은 그야말로 한 줄기 희미한 희망일 뿐이다. 실종자 대부분이 돌덩이와 기둥, 흙더미에 깔려 있다가 숨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힌두교 사원 파슈파티나트의 화장터가 그런 현장이다. 사원 앞에선 시신과 함께 태울 나무, 짚 등을 운반하는 트럭이 보였다. 관광 가이드 리차드 디바즈 씨는 “25일 지진 발생 이후 매일 수백 명씩 화장을 했다. 시신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태우지 못하고 그냥 강에 띄우기도 했다. 하늘이 시신을 태우는 연기로 뒤덮였다”고 말했다.

장례 절차가 시작되자 시신을 장작 위에 올려놓고 짚과 꽃으로 덮었다. 유가족은 크게 울었다. 대여섯 구의 시신이 함께 탔다. 냄새가 진동했다. 재가 바람에 계속 날리자 유족의 울음도 거세졌다.

고교 영어교사 수레시 슈레스타 씨(46)는 25일 6층짜리 건물에 있다가 숨졌다. 조카 판카지 슈레스타 씨(19)는 “작은아버지는 존경받는 스승이었다. 너무 일찍 세상을 떴다. 시신이라도 찾아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흐느꼈다.

화장 장소와 비용은 신분(카스트)에 따라 다르다. 브라만(성직자) 계층은 조금 더 떨어진 곳에서 화장하고 화장터의 돌도 더 비싸 보이고 견고했다.

카트만두 부자들은 총리공관과 대사관이 밀집한 발루워터에서 낙살까지 이어지는 부촌(富村)에 산다. 발루워터에서 낙살까지 2km를 걸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악취도 없고, 매우 깨끗했다. 부서진 건물도 매우 적어 지진의 흔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숙소로 되돌아오는 길에 택시 운전사 렉 포크렉 씨(35)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은 이승과 저승의 길이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최대 1만 명으로 추산되는 희생자들의 가족을 생각하니 1일 밤 카트만두를 떠나는 기자의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이유종 특파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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