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부터 챙겨라” 美, 에볼라 감염에 해외선교 비판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8일 15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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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에서 구호활동을 벌이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 개신교 선교사들이 특별기로 본국에 송환돼 치료를 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 사회에서 해외 선교 사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기독교를 전통적 지지기반으로 둔 보수진영까지 비난에 합세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논객인 앤 쿨터(52) 씨는 7일 보수성향 웹사이트인 '휴먼 이벤츠'에 '바보 수준으로 격하된 에볼라 감염 의사의 상태'라는 글을 올리고, 에볼라에 감염된 의사 켄트 브랜틀리(33) 씨를 "자아도취와 소영웅주의에 빠진 얼간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선교단체인 '사마리아인의 지갑(Samaritan's Purse)' 소속 브랜틀리와 미국의 선교사역(SIM USA) 소속 간호사 낸시 라이트볼(59)은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환자를 돌보다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두 사람은 특별기편으로 귀국해, 에모리 대학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앤 쿨터는 "브랜틀리 씨가 라이베리아에서 한 선행은 '사마리아인의 지갑'과 '미국 선교사역'이 지금까지 아프리카에 지원한 200만 달러(약 원)보다 더 많이 든 그의 치료비용 때문에 의미가 퇴색했다"며 "그와 그의 간호사를 집으로 데려오는 데 걸프스트림 제트기, 특수 장비가 갖춰진 구호 텐트가 제공됐으며, 지금은 미국 최고 병원이 이들을 돌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앤 쿨터는 "대체 왜 아프리카에 간 거냐? 90%의 치사율인 에볼라의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아프리카 여행을 간 이유는 뭐냐? 더 이상 미국에서는 그리스도를 섬길 수가 없기 때문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매년 1만 5000명이 살해되고 3만8000명이 약물 과다 복용으로 죽는다. 신생아의 40%는 혼외자로 태어나고, '한밤 길거리농구'(1990년대 거리를 배회하는 청소년들의 범죄를 막기 위해 고안된 길거리 농구 시합)의 성공에도, 아이들은 여전히 살인과 강간을 한다. 권력에 미친 대통령은 국민의 10%를 무보험자로 만들었고, 모든 엘리트 문화단체들은 순결을 비웃으며 성 생활을 찬양 한다. 여기서 기독교인이 할 일이 없단 말인가?"라고 했다.

그는 "성경에는 '가서 복음을 전하라'는 말도 있지만, '너의 손을 형제와 가난한 이웃, 그리고 네가 사는 땅에 내밀어라'라는 구절도 있다"며 "자신의 나라는 자기 가족과 같다. 자신의 나라부터 먼저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브랜틀리 씨는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텍사스주 자발라 카운티 옆 동네에 살면서 아내와 자식을 놔두고 라이베리아로 날아갔다가 에볼라에 감염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선교사들이 미국 내 사회 문제로부터 도망쳐 아프리카로 숨어버렸다고까지 했다.

그는 "오늘날 기독교인들은 남을 돕는 데는 일등이지만, 정작 자기 사람들에겐 이상하게도 소심하다"라며 "'당신을 싫어하는 세상을 탓하기 전에 먼저 왜 세상이 당신을 싫어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기억하라. 기독교인들의 자아도취에 두통이 날 지경"이라고 비난했다.

보수진영에서 해외 선교활동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앤 쿨터의 글에는 2050여개의 댓글이 달리고, 여러 언론 매체에 인용되는 등 거센 논쟁을 불러왔다.

특히 봉사 단체 '희망과 함께 서기'의 대표 피터 로젠버거 씨는 역시 보수성향 언론인 폭스(FOX) 뉴스 온라인 사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앤 쿨터를 비판했다. 이 단체는 가나에서 의족을 무료로 달아주는 봉사를 하고 있다.

로젠버거 씨는 "앤 쿨터는 남의 말은 안 듣고 자기 얘기만 떠든다. 우리는 미국에서 도망치려고 아프리카에 간 게 아니다. 오히려 미국에 자유와 연민이라는 최선의 것을 가져오기 위해 간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서아프리카에서 얻은 경험을 통해 더 나은 미국을 만들어진다고 본다. 미국에서의 일상생활에서 나는 현장에서 배운 모든 것을 사용하고 지혜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나는 미국에 더 많은 보물을, 연민을, 우리 사회와 결부된 더 많은 이슈를 가져오곤 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의 믿음은 더 깊어졌다"라고 주장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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