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경제권, 국내기업들 키우는 ‘밭’ 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 ‘유럽위기 피난처’ 진출 붐

지난달 초 서울 서초구 염곡동 KOTRA에서 라오스 투자 설명회가 국내 기업인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이 설명회를 위해 라오스의 통싱 타마봉 총리를 비롯해 관련 부처 장관과 정부 인사 25명, 주요 기업인 38명으로 구성된 민관대표단이 방한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말 태국 방콕 인근에 있는 스테인리스강 냉연업체를 인수해 포스코타이녹스를 출범시켰다. 연간 자동차 160만 대를 생산하며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로 부상한 태국의 자동차 강판 수요를 겨냥한 것이다.

‘밧(baht·태국의 화폐 단위) 경제권’이 한국 기업들의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밧 경제권이 1997년 외환위기의 진원지라는 오명(汚名)에서 벗어나 유럽발 경제위기의 피난처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밧 경제권은 태국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인도차이나 반도 4개국이 형성하는 소규모 경제권을 말한다.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이들 국가는 상호 교역이 늘어나자 상대적으로 강대국인 태국의 밧화를 결제 통화로 쓰고 있다.

태국을 제외한 세 나라는 세계 시장에서 약소국으로 분류되지만 밧화로 묶인 이들 4개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을 더하면 4542억 달러(약 513조2460억 원)로 대만의 4967억 달러에 육박한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대형 수해를 겪은 태국을 제외한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7%를 웃돈다. 국토의 3분의 1이 잠기는 수해를 입었던 태국은 대규모 투자에 나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5%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밧 경제권의 성장세는 최근 10년간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이었던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이른바 브릭스(BRICs)가 흔들리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탄탄한 내수가 뒷받침되고 글로벌 금융시장과의 연결고리가 약해 유럽 위기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밧 경제권에서 단연 주목받는 국가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맹주’이자 인구 6700만 명의 내수시장을 보유한 태국이다. 관광지로도 유명하지만 연간 16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정도로 탄탄한 제조 기반을 갖추고 있다.

미얀마의 성장도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인구 6000만 명의 내수시장을 가진 미얀마를 겨냥해 현지 딜러와 시장 진출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오스는 인구가 미얀마의 10분의 1인 600만 명에 불과하지만 아래로는 태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가 있고 위로는 베트남 중국과 마주해 인도차이나 반도의 내륙 물류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물류기업인 CJ GLS는 최근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 사무소를 설립하고 밧 경제권 운송 네트워크 확보에 나섰다. 중견 가구업체인 리바트도 라오스의 대표적인 한상(韓商)기업인 코라오와 손잡고 현지에 진출했다. 캄보디아 역시 우리나라의 수출액이 매년 20% 넘게 증가하는 ‘뜨는 시장’이다.

국내 기업들의 밧 경제권 진출이 이어지자 항공업계도 신규 노선을 개설하는 등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해 9월 한국과 라오스 간 항공자유화협정이 타결되자 진에어는 지난해 말 인천∼비엔티안 직항 노선을 개설했다. 올해 3월부터 비정기편으로 운영되던 노선을 주 2회 정기 노선으로 전환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밧 경제권#유럽위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