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조선→철강 수요 연쇄 급락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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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업계 ‘비상경영’

유럽발 재정위기가 금융위기, 실물경제 위축으로 번지면서 국내 산업계도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해운과 조선, 철강 분야는 이번 위기를 매머드급 악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던 전자, 자동차 기업들도 상황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세계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가까이 줄어든 380만 GT(총톤수를 뜻하는 조선업계 계측단위)에 그쳤다. 세계 물동량이 줄면서 관련 수요가 해운에서 조선, 다시 철강으로 연쇄적으로 급락하는 바람에 세계철강협회는 올해 전 세계 철강수요의 증가율 예상을 5.4%에서 3.6%로 하향조정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유럽 선사들의 발주가 끊겨 주문이 급락한 선박용 후판 대신 자동차용 강판 판매에 집중하면서 유럽시장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태양광 기업인 OCI는 최근 유럽경기 악화로 폴리실리콘 투자를 잠정 보류했다. 국고가 바닥난 유럽 각국 정부가 태양광 보조금을 축소 또는 폐지하면서 유럽 고객사들이 주문을 줄이는 영향을 직접 받았기 때문이다. 웅진폴리실리콘, 한국실리콘 등도 당분간은 생산량을 늘리지 않고 원가를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기업들도 위기감이 역력하다. 유럽을 돌아보고 지난달 24일 귀국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이탈리아 프랑스 등 가장 어려운 나라 서너 군데를 다녀왔는데, 유럽이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나빴던 것 같다”며 경각심을 불어넣었다.

현대차그룹도 최근 양적인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면서 유럽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유럽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도요타, 포드 등 경쟁 기업들이 공격적인 판매에 나서고 있어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위기의 확산으로 에너지 소비가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유업계 역시 긴장 상태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80∼90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데다 당분간 경기회복을 기대하기도 힘들어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국내 기업들은 원가 절감과 함께 신시장 개척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대책이 없다고 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에 집중해온 중소기업들은 다른 지역으로의 시장 다각화도 어려워 위기감이 더욱 크다”고 우려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해운#조선#철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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