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떠는 세계 기업들 ‘한국식 경영’서 답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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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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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중국의 기업교육 전문기업인 A사의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5명이 한국을 찾았다. 한국 기업의 성공 사례를 활용한 기업 교육 프로그램을 중국시장에 도입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을 만난 한철환 세계경영연구원(IGM) 가치관경영연구소 소장은 “한국 대기업의 그룹 경영시스템과 글로벌 전략을 중국 기업에 전수하는 교육 방법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불황에 시달리는 세계 기업들이 한국 대기업에 길을 묻고 있다.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 기업은 물론이고 일본 미국 등 선진국 기업도 약진하는 한국 기업 배우기에 나섰다.

○ “한국식 기업 ‘컨트롤타워’ 벤치마킹”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 중국사무소 컨설턴트들은 요즘 한국 대기업의 그룹 경영시스템을 분석한 자료를 들고 고객을 만난다. 한국 대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방식에 대한 중국 기업의 문의가 늘자 이를 분석한 자료를 준비한 것이다. 이 회사 인도사무소의 한 컨설턴트는 최근 “매출액이 40조 원을 넘는 한 인도 기업에서 한국 기업의 경영방식을 궁금해한다”며 서울사무소에 자료를 요청했다.

김정수 베인앤드컴퍼니 서울사무소 파트너는 “단기간에 몸집을 불린 중국 인도 기업들이 비슷한 성장 궤적을 보인 한국 대기업을 ‘역할모델’로 보고 있다”며 “그룹 경영 체제와 2세 승계 문제의 해법에 특히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같은 그룹의 ‘컨트롤타워’ 조직과 LG그룹, SK그룹 등처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기업들의 지배구조와 운영방식을 배우려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가족기업도 한국 기업과의 교류에 나서고 있다. 올해 3월 스웨덴의 가족기업 발렌베리그룹 총수를 포함한 북유럽 비즈니스 대표단이 방한했다. 이달 초에는 이탈리아 자동차 브랜드 피아트 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엑소르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가족기업 전문 매체인 캠던FB는 엑소르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이 사장의 사외이사 선임은) 엑소르의 존 엘칸 회장이 가족기업이 직면한 문제와 과제를 다른 기업과 공유하고 기업 지배구조와 기업 관리의 교훈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불황에 강한 한국 기업 배우자

경기 침체 속에서도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에 나선 한국 기업의 글로벌 전략을 배우려는 세계 기업들의 문의도 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매출액만 16조 원, 종업원 8만 명의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이 최근 현지 무역관을 통해 삼성의 글로벌 진출 전략을 문의했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일본 전자회사 관계자들이 KOTRA 인도 뉴델리무역관을 찾아 삼성전자 인도법인의 관리 방식과 마케팅 자료를 요청했다. 지난해 세계적 경영 잡지인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가 송재용,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가 삼성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논문을 게재한 것도 한국 기업에 대한 관심이 투영된 결과다.

경영경제 콘텐츠 수출도 시작됐다. IGM은 중국 난카이(南開)대와 손잡고 중국 기업 CEO를 중국과 한국에서 교육하는 프로그램과 한국 기업 사례 중심의 교육 콘텐츠를 중국 시장에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류한호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최근 일본 기업의 한국 기업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흥미 이상”이라며 “한국식 경영을 정의하고 해외에 소개해 기업과 국가 브랜드를 높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한국식 경영#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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