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불 끈 ‘슈퍼 마리오’ 유로존 불도 끌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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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중앙은행 새 총재에 마리오 드라기 씨

유로존 위기가 글로벌 경제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마리오 드라기 씨(사진)가 유로존의 금융통화정책을 총지휘할 유럽중앙은행(ECB)의 새 수장으로 취임한다. 이탈리아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를 거치면서 강력한 구조조정 조치로 ‘슈퍼 마리오’라는 별명이 붙은 그가 유로존의 위기 해결에서도 명성을 이어갈지 주목되고 있다.

드라기 신임 총재는 1일(현지 시간)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에게서 유럽통화 당국의 수장 자리를 이어받는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드라기 신임 총재가 유로존 회원국의 국채 매입을 계속할지와 언제 금리 인하에 나설지를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드라기 신임 총재가 자신의 재임 기간에 놀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는 현재의 ECB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유럽의 한 중앙은행 총재는 신임 총재가 트리셰 총재에 이어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 국가들의 국채를 사들이는 ECB의 현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리셰 총재도 10월 29일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드라기가 국채 매입과 관련해 어떤 정책 변화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드라기 신임 총재 취임 이틀 후에 열리는 ECB의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다음 달 금리를 인하할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유로존의 경기 침체가 다시 시작된 만큼 인플레이션 방어보다는 경기 회복에 초점을 둘 가능성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취임하자마자 금리를 인하하기는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라는 점에서 금리 동결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지난주 민간 채권자들의 그리스 채권 손실률(헤어컷) 확대, 유럽 은행의 자본 확충 및 자기자본비율 상향 조정,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 등 유럽의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주요 방안에 합의했다. 시장에서는 EU 정상들의 합의로 유럽 재정위기가 큰 고비를 넘겼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이행 방안 마련 등의 미해결 과제는 드라기 신임 총재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그는 로마대를 졸업하고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재무 관리 출신으로 골드만삭스를 거쳐 이탈리아 재무장관(1991∼2001년)과 중앙은행 총재(2005∼2011년)를 역임했다. 그는 중앙은행 총재 당시 과감한 개혁조치로 이탈리아 은행 시스템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는 데 기여했다. 이때부터 이탈리아 언론은 그를 ‘슈퍼 마리오’라고 불렀다. 자신을 드러내는 데 익숙한 트리셰 총재와 달리 내성적이면서 정책 결정에 사려 깊고 신중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를 잘 아는 경제 전문가들은 그를 특정 경제 이론에 집착하기보다 실용적인 접근을 하는 인물로 평가했다. 드라기 신임 총재보다 1년 뒤에 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올리비에 블랑샤르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드라기 총재를 “실용주의자”라고 전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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