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선택’ 그 후]‘둔감’ 한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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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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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책임론 잠수… 안팎서 “기득권 철옹성” 비판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와 관련해 “더욱 국민 여러분의 뜻을 받들어 앞으로 당 개혁과 수도권 대책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친박(친박근혜)계 유승민 최고위원과 황우여 원내대표를 비롯한 다른 지도부 인사들도 자성하고 20∼40대와 소통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앞서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 조찬회동에서도 지도부 책임론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도 이날 주례회동을 했지만 지도부 책임론이 해법으로 논의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도부 교체 논란에 휩싸일 경우 계파싸움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홍 대표를 대체할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현실론도 깔려 있다.

한나라당은 다음 주 초 서울 민심 수용 및 젊은층과의 소통 강화 등을 위한 당 쇄신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지도부 책임론은 크게 부상하지 않았지만 당 안팎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한나라당은 지지자들을 배신한 배신 정당”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지난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 그 어려운 환경에서 낙인찍히며 우리를 지지해 준 216만 명, 25.7%의 표를 한나라당은 얻지 못했다”며 “한나라당이란 정당의 존재 여부에 대해 경악할 만한 답이 유권자에게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29일에는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의원총회가 소집돼 있어 지도부 책임론 등이 다시 터져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 보수진영 시민단체 대표로 나섰다가 중도 포기한 이석연 전 법제처장도 “한나라당은 기득권의 철옹성에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았다”며 “정치혁신을 바라는 시대의 흐름과 그 저변의 민심 동향을 외면한 채 선거를 치렀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나라당과 보수 시민세력이 맹성해야 한다”며 “한나라당과 한나라당에 볼모로 잡힌 보수 시민사회가 변하지 않는 한 보수우파의 선거 패배와 좌절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변하지 않으면 보수우파의 미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27일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한나라당이 구태의 정치를 그대로 하고 있고 제대로 된 반성이나 성찰이 없는 정당이라고 느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홍준표 대표가) ‘진 것도 이긴 것도 아니다’고 말하는 걸 보고 새로운 정당으로 태어날 가능성 없다고 생각했다”며 선거 패배 후 진로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한나라당을 은근히 자극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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