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선택’ 그 후]족집게 출구조사 빗나간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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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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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조사, 익명성 보장… 전국 600곳 투표자가 직접 표시
여론조사, ARS 응답률 10%… 귀가늦은 젊은층 반영 미흡

野지지자 의사표명 꺼려
전화 여론조사 ‘숨은표’ 많아
실제 선거서 당락에 영향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 결과 선거 전에 여론조사 회사들이 내놓았던 여론조사는 상당 부분 빗나갔으나 투표 직후 실시된 지상파 3사(KBS, MBC, SBS)의 공동 출구조사는 정확하게 맞았다. 16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의 경우 여론조사 회사에 따라 최대 4개 지역의 당선자를 잘못 예측했으나 출구조사는 모두 맞혔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오세훈 후보(47.4%)가 한명숙 후보(46.8%)를 근소한 차로 앞서 당선됐으나 여론조사에서는 오 후보가 한 후보를 크게 앞지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센터(KRC)가 지난달 24∼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와 한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20.8%포인트였다. 지상파 3사와 여론조사 회사 MBMR, KRC, TNS RI의 지난달 24∼26일 조사에서도 17.8%포인트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에서는 오 후보(47.4%)와 한 후보(47.2%)의 경합으로 드러났고 이는 개표 추이와 거의 일치했다. 오 후보의 득표율도 정확했다.

강원지사 선거에서는 이광재 후보(54.4%)가 이계진 후보(45.6%)를 8.8%포인트 차로 누르고 당선됐으나 여론조사는 이계진 후보의 당선을 예상한 경우가 많았다. 조선일보·YTN과 한국갤럽은 지난달 24, 25일 여론조사에서 이계진 후보(48.2%)의 지지율이 이광재 후보(27.7%)보다 20.5%포인트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출구조사는 이광재 후보(53.4%)가 이계진 후보(46.6%)를 이길 것으로 예상했으며 개표 결과와 일치했다.

인천시장 관련 여론조사에서도 안상수 후보의 당선이 예상됐으나 개표 결과는 송영길 후보의 승리였다. 경기지사 선거 여론조사에서는 모두 김문수 후보가 유시민 후보를 누를 것으로 예상하긴 했으나 두 후보의 격차는 실제 개표 결과와 크게 달랐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가 실제 개표 결과와 크게 다른 이유는 여론조사가 정교하게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원 숙명여대 수학통계학부 교수는 “국내 여론조사는 대개 짧은 기간 저비용으로 이뤄져 자동응답시스템(ARS) 같은 비과학적 조사방법에 의지한다”며 “ARS 응답률은 10% 수준에 불과하며 귀가 시간이 늦은 직장인이나 젊은층의 의견은 반영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덕영 KRC 대표는 “컴퓨터로 전화번호를 생성해 무작위로 추출한 뒤 전화를 거는 방식이 많이 쓰이는데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출구조사는 전국 600개 투표소에 투표를 마치고 나온 이들 중에서 매번 5번째 사람을 대상으로 하며, 투표자가 지지한 후보자를 응답지에 표시해 수거함에 직접 넣기 때문에 익명성이 보장된다. 이번 선거에는 모두 13만 명이 출구조사에 답했다.

여론조사와 달리 개표에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인 데 대해서도 김영원 교수는 “전화조사에서 야당 지지자가 자기 의사를 밝히길 꺼리는 ‘침묵의 나선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며 “여론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숨은 야당 표’가 당락을 결정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54.5%)이 역대 지방선거 가운데 1995년 제1회 지방선거(68.4%)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난 경향도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을 지닌 20, 30대 젊은 유권자의 참여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젊은 유권자들은 오후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으며 실제로 이번 선거일 낮 12시 이후 투표율이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때보다 높아지기 시작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교수는 “투표일에 젊은층을 중심으로 트위터 등을 통해 투표를 독려하는 메시지가 돈 것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규형 리서치앤리서치 대표는 “교육감 선거가 동시에 진행된 것도 변수였다. 교육 이슈에 진보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하면서 야당을 지지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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