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신차배정-신규투자 보고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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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수용불가 입장서 선회
“신차 최소 5년이상 생산해야”… 외투지역 지정 거부했던 정부, GM 한국 투자 확대 유도하기로
産銀 “대주주 책임” 차등감자 요구… GM 어느 수준까지 수용할지 주목

정부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신규 투자 규모에 따라 세제 혜택 등이 포함된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당초 정부는 한국GM 공장 일대를 외투지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GM 본사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GM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GM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정부의 방침 변화에 따라 GM이 한국 정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신규 투자 계획을 제시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KDB산업은행은 GM이 대주주의 경영 실패 책임을 지고 차등 감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GM이 이를 수용할지도 주목받고 있다.

○ 정부, 한국GM 외투지역 지정 검토 방침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GM이 조만간 내놓을 신차 배정과 신규 투자 계획에 따라 한국GM을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투지역 지정은 쉽지 않다. 신차 모델과 성격, 한국에서 최소한 5년 이상 생산할 것인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산업부 측은 5년이 확정된 기준은 아니며 일반적인 신차 개발과 판매 주기를 고려했을 때 중장기적 경영 계획으로 수용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외투지역은 외국 자본을 유치해 국내에 설립한 회사에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말한다. 제조업의 경우 3000만 달러(약 324억 원) 이상을 투자해 신규 생산 설비를 세우거나 기존 설비를 전면 교체하면 외투지역으로 지정받을 수 있다. 한국GM 공장이 외투지역으로 지정받으면 △소득세 및 법인세 5년간 전액 감면 후 2년간 추가 50% 감면 △관세 5년간 전액 감면 △입지 및 현금 지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달 정부 부처와 산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유상증자 참여, 자금 지원, 담보 제공, 외투지역 지정 등 4가지 패키지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당초 정부는 외투지역 지정을 통한 재정 지원 방식에는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GM이 정부가 제시한 자금 지원을 위한 3가지 전제조건을 받아들인 만큼 GM이 만족할 만한 장기 투자계획을 제시하면 외투지역 지정도 검토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의 입장이 바뀌었지만 한국GM을 외투지역으로 지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GM이 투자할 가능성이 큰 곳이 부평공장인데 현재 생산 중인 차종이 있기 때문에 가동 중인 설비를 전면 교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외투지역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기존 설비를 전면 교체해야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외투지역 지정을 검토한다고 해서 한국GM 공장이 반드시 지정되는 건 아니다”며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조건을 따져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 GM 본사의 감자 수용 폭에 주목


GM이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겠다고 한국 정부와 합의하면서 GM이 차등 감자를 수용할지도 관심이다. 감자는 자본총액을 줄이는 것이다. 감자를 하게 되면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줄어든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에서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는 대표적 수단으로 꼽힌다. 2016년 현대상선 구조조정 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대주주는 지분을 7 대 1로 감자하기도 했다.

정부와 산은은 실사 후 지원 방안을 본격 논의하는 과정에서 GM에 출자전환과 함께 일정 수준의 감자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산은 관계자는 “한국GM 부실에 대한 GM 본사의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감자를 요구할 명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GM의 장부상 자본금은 2016년 말 기준 1662억 원이다. 산은의 지분(17.02%)을 감안하면 산은 몫은 283억 원이다. GM이 대출금의 절반인 1조4500억 원을 출자전환하면 산은의 지분은 전체 자본금(1조6162억 원)의 1.8%로 떨어진다. 산은이 주총 특별결의 사항을 반대할 수 있는 최소 지분 15%를 유지하려면 대략 10 대 1 수준의 대주주 차등 감자가 필요하다.

산은은 과거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대주주의 경영 실패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차등 감자를 요구해 왔다. 산은은 STX조선해양과 금호산업, 동부제철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주주 지분은 100 대 1, 소수주주 지분은 3 대 1에서 6 대 1 수준으로 차등 감자한 바 있다.

다만 GM이 이 같은 차등 감자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한국GM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출자전환만 하고 차등 감자 요구는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GM과 산은이 동등하게 감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래야 GM에도 신규 자금 투입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전문가인 김재록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은 “감자 수준은 10분의 1 이상이 돼야 한다”며 “1대 주주(GM)와 2대 주주(산은)가 고통 분담을 하는 취지에서 동일한 비율로 감자하되 유상증자에도 함께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GM 노동조합은 22일 열린 임시대의원대회 결정에 따라 27, 28일 군산공장 폐쇄에 항의하는 결의대회를 연다. 27일은 군산시청 앞에서, 28일 집회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연다. 한국GM 노조는 23일에도 부평공장에서 집회를 여는 등 이달에만 총 3차례 결의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한국GM 노조는 2월 중 사측과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을 갖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노조 측이 총파업을 의결하지 않은 만큼 조만간 사측과 대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종=이건혁 gun@donga.com / 강유현·한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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