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속 전직 임원들에도 중형 구형… 특검 ‘이재용 책임론’ 한발 물러선듯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최지성-박상진-장충기 징역 10년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이 삼성그룹의 최종 의사 결정권자이므로 삼성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모녀에게 승마 지원을 한 것도 이 부회장의 책임이라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7일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하면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66) 등 이 부회장의 공범으로 기소된 경영진 3명에게도 징역 10년씩의 비슷한 형량을 구형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역할에 대한 특검의 판단에 미묘한 변화가 생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에게서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 씨 모녀의 독일 승마훈련 경비(78억 원)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204억 원) 등을 제공했다며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 부회장이 뇌물 제공을 주도했으며 이 범죄의 최종적 수혜자라는 것이다. 반면 특검은 최 전 실장과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63) 등 다른 경영진은 이 부회장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도록 했다.

그런데 결심 공판에서 특검이 최 전 실장 등 전직 임원들에게 이 부회장과 비슷한 수준의 형량을 구형한 것은 이들이 법정에서 이 부회장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특검이 최 전 실장 등 삼성 경영진의 책임을 이 부회장과 같은 수준으로 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삼성의 최 씨 모녀 독일 승마훈련 지원 등이 이 부회장의 주도로 이뤄졌다던 기존 자세에서 후퇴해 삼성 경영진이 함께 결정한 것이라고 생각을 바꿨다는 것이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특검의 이 같은 태도 변화가 이 부회장 선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박영수 특검은 “사건 관련자들이 이 부회장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허위 진술을 했다”며 최 전 실장 등을 비판했다.

앞서 최 전 실장 등 전직 임원들은 법원 피고인 신문에서 특검 공소장 내용의 큰 틀을 흔드는 진술을 쏟아냈다. 예를 들어 장 전 차장은 1월 특검 조사에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 직후 청와대에서 받은 자료라며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자료가 든) 봉투를 건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최근 법정에서 “봉투를 준 사람이 이 부회장이 아니라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 때문에 특검은 재판 막바지인 4일 공소장 내용을 일부 변경해야 했다. 재판부에 ‘수사가 부실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찜찜한 일이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삼성#이재용#징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