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겨냥’ 美 생물보안법, 의약품 부족 부추길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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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中 바이오 기업 4곳 거래 제한
항암제 등 공급 막히면 美환자 피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생물보안법(biosecure act)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법으로 인해 미국의 의약품 부족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원회는 지난달 중국 바이오 기업과 거래를 제한하는 생물보안법을 통과시켰다. 특히 기술 유출이 우려되는 중국 바이오 기업 4곳(우시앱텍, 베이징게놈연구소, MGI, 컴플리트 제노믹스)도 적시했다.

미국의 타깃이 된 중국의 우시앱텍과 그 계열사인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미국에서 사용하는 주요 의약품 생산의 상당 부분을 맡고 있다. 이 중에는 항암제 등 빠른 수급이 필요한 의약품도 포함돼 있다. 생물보안법으로 우시앱텍 등에서 의약품을 조달받지 못하면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20여 년 만에 최악의 의약품 부족 사태를 경험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병원약사회 자료를 인용해 1분기(1∼3월) 미국에서 총 323종의 약물이 부족하다고 보도했다. 약의 재료가 되는 ‘원료 의약품’이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과 인도에서 주로 생산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 공장 가동을 멈췄던 중국, 인도 기업들이 아직도 제대로 원료 의약품을 생산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물보안법까지 제정되면 중국으로부터 의약품을 공급받기는 더 어려워진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인 얀센과 애브비가 함께 판매하는 백혈병 치료제 ‘임브루비카’, GSK의 자궁내막암 치료제 ‘젬펄리’, 낭포성섬유증 치료제 ‘트라이카프타’ 등도 우시바이오로직스에서 생산되고 있다. 특히 낭포성섬유증은 체내에 점액이 너무 많이 생산돼 폐를 막는 유전 질환으로, 미국에만 4만여 명의 환자가 있다. 치료제가 많지 않아 미국 환자들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애가 타는 것은 환자뿐만이 아니다. 미국 바이오 전문 매체 바이오센추리가 105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의약품 생산에 있어 중국 기업을 대체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생물보안법#미국#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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