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결의안 통과에 바이든-네타냐후 정면충돌…이스라엘 작전 꼬이나

  • 뉴스1
  • 입력 2024년 3월 26일 0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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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미국의 기권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정면충돌 양상으로 보이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안보리는 이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즉각적인 휴전과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에는 가자지구 내 구호품 전달 등 인도주의적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15개 안보리 이사국이 참여한 가운데 14개국이 찬성했고, 미국은 기권했다.

안보리가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를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인질 석방 없는 휴전은 하마스에만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휴전에 계속 반대해 왔다. 결국 결의안 채택에 이스라엘은 안보리 결의 직후 기권 표를 던진 미국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이날 예정됐던 고위 대표단의 미국 방문을 취소했다.

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전쟁 초기부터 안보리에서 일관된 미국의 입장에서 명백히 후퇴한 것”이라며 “하마스가 국제적 압력으로 인질 석방 없이 휴전을 맺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가자지구 휴전 결의안에 반대하던 미국의 이번 기권에 로이터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커진 것을 반영한다”라고 평가했다. 뉴스위크는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의 ‘레드라인’을 넘었다”라고 봤다.

실제로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왔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만류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피란민들이 모여 있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 지상전을 강행하겠단 의지를 굽히지 않으며 대놓고 반기를 들자 양국 간 균열이 발생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라파 침공을 ‘레드라인’이라 말했으며 네타냐후 총리의 교체를 요구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의 연설에도 “좋은 연설이다”라며 대놓고 지지를 표명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도 바이든 대통령의 비판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라며 끝까지 라파 공격 의지를 강조했다.

결국 라파 공격을 막으려던 미국과 말을 듣지 않는 이스라엘 간 반목이 유엔 결의안 통과라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애런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로이터에 “이는 바이든 행정부와 네타냐후 정부 사이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라며 “위기를 신중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갈등과 관련해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지지층 일부가 이탈하는 흐름이 보이자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정책에서 보다 신중한 자세를 취하게 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미국은 이스라엘과의 갈등에 대한 확대해석을 막기 위해 진화에 나섰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가자지구 결의안 통과와 관련해 브리핑에서 “우리는 여전히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라며 “하마스로부터 스스로 보호하기 위한 도구와 능력, 무기 등을 공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커비 조정관은 이스라엘이 대표단 방문을 취소한 것을 두고 “다소 당혹스럽다”라며 “이스라엘 총리실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양국 간) 이견이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라고 지적하는 등, 양국 간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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