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에 서울보다 넓은 ‘재생에너지 발전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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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업 부호 아다니 회장의 조카
26조원 들여 2026년 완공 예정
일부선 “기업이미지 세탁” 의구심

인도 재벌 아다니그룹이 구자라트주에 건설 중인 카브다 재생에너지발전소의 전경.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발전소로, 면적이 726km²로 서울(605km²)보다 넓다. 사진 출처 가우탐 아다니 아다니그룹 회장 ‘X(옛 트위터)’
인도 재벌 아다니그룹이 구자라트주에 건설 중인 카브다 재생에너지발전소의 전경.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발전소로, 면적이 726km²로 서울(605km²)보다 넓다. 사진 출처 가우탐 아다니 아다니그룹 회장 ‘X(옛 트위터)’
“이젠 (부지가 얼마나 큰지) 더는 계산하지도 않습니다.”(사가르 아다니 아다니그린에너지리미티드 전무)

인도의 파키스탄 접경지역인 북서부 구자라트주. 광활한 벌판에 태양광 패널과 풍력 발전기가 끝도 없이 깔려 있다. 부지 면적이 726km²로 서울시(605km²)보다 넓은 수준.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인도가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세계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일부 가동을 시작한 카브다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인도 ‘청정에너지 기업’ 아다니그린에너지리미티드(AGEL)의 작품이다. AGEL에서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아다니 전무(30·사진)는 2022년 세계 3위 부호(富豪)에도 올랐던 억만장자 가우탐 아다니 아다니그룹 회장의 조카다. 아다니그룹이 인도 최대 석탄수입업체인 걸 감안하면 삼촌이 화석연료를 팔아 모은 돈으로 조카가 청정에너지 사업을 벌이는 셈이다.

카브다 발전소는 약 200억 달러(약 26조 원)가 들어가는 막대한 사업이다. 예정대로 완공되면 발전용량은 30GW(기가와트)에 이른다. 약 16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아다니 전무는 20일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야생동물이나 초목, 사람도 없는 거대한 황야에 발전소보다 좋은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AGEL이 이런 거대한 ‘베팅’에 나선 건 인도가 인구 1위를 바탕으로 중국을 제치고 ‘세계의 공장’으로 발돋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2년 인도는 총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3위였지만,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은 아직 세계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에너지 수요가 늘어날 여지가 무궁무진하단 뜻이다. 실제로 인도의 에너지 수요는 2000년 이후 20년간 두 배로 뛰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2070년까지 인도의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다만 인도는 여전히 전력 생산원의 약 70%를 석탄이 차지하고 있다. AGEL의 모기업 아다니그룹도 탄광 사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때문에 일각에선 아다니그룹이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통해 ‘그린워싱(Greenwashing·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기업이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을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아다니 전무는 이에 대해 “만약 인도가 중국이나 유럽, 미국처럼 (에너지를 소비하며) 산다면 지구의 기후 미래는 매우 암울해질 것”이라며 발전소 설립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하지만 그룹의 화석연료 투자에는 “인도인들이 중산층으로 발전하지 못하게 막을 순 없다”며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인도#재생에너지 발전소#agel#아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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