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강경’ 이주·망명 새 법안 합의…인원 제한·비용 공동부담

  • 뉴시스
  • 입력 2023년 12월 21일 13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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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시도자 모든 회원국 할당 정착·비용 분담 골자
특정 국가에 인파 몰리면 3만 명까지 EU 분배 수용
생체데이터 수집 정보 확대…잠재적 안보 위협 기록

유럽연합(EU)은 마라톤 철야 협상 끝에 20일 아침(현지시간) ‘이주와 망명에 관한 신체제’ 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변화로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과 이민자는 더 높은 장벽을 체감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협상 주체는 입법 기관인 유럽의회와 EU 이사회로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도 찬성했다. 그러나 각 회원국 비준을 얻어야 법으로 확정된다.

이번 EU 난민·이민자 관련 법안 합의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주와 망명에 관한 새 규정은 3년 동안 논의됐다. 27개 회원국 중 이탈리아와 그리스가 ‘국경’ 역할을 해 지중해를 건너오는 이민자 대부분이 이 두 나라에 편중됐기 때문이다.

두 나라는 난민·이민자 문제로 정치·경제·사회 분야에서 큰 문제를 겪고 있다. 새 규정은 ‘국경’으로 들어오는 이주 시도자를 회원국 전체에 분배해 정착시켜야 한다고 보고, 이들을 정착시킬 의도가 없으면 이에 준하는 경제적 비용을 내도록 하고 있다. 이는 3년 전에 제안되었으나 그 구체적 방안을 놓고 지루한 논의만 이어졌다.

이번 합의 내용의 골자는 특정 국가에 난민·이민자 수용 부담 편중되면, 3만 명 규모까지 이들을 나눠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들을 수용하지 않고 본국으로 송환하기로 한다면 해당 인원 1명당 최소 2만 유로(약 2854만원)에 달하는 EU 기금을 내야 한다.

기부금을 내는 형태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탓에 유럽으로 향하는 이주 시도자의 장벽은 높아졌다는 평가다.

또 소수 회원국에 제한된 ‘국경’을 통해 불법 입국한 이주시도자를 신속하게 걸러내기로 했다. 문제 소지가 있는 상륙자가 더 이상 EU 안으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난민·망명 신청 1차 심사를 6개월 안에 끝낸다.

명백하게 근거가 없거나, 허용되지 않는 신청, EU 국경에서 신청에는 더 짧은 기한이 적용된다. EU의 외부 국경지대나 경유지 일대에서 신청할 수 있는 ‘빠른 국경 망명 절차’는 최대 12주 안에 심사를 마쳐 거부자는 본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구체적으로 국가안보·공공질서에 위해를 끼칠 수 있거나, 신청자가 신원 정보를 허위로 제출하는 등 기망행위를 범한 때, 망명 승인율이 20% 미만인 국가 출신자가 이에 해당 절차를 신청할 수 있다.

새 심사 규정에 따라 EU 입국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람은 최대 일주일 동안 신분 확인, 생체자료 수집, 건강·보안 점검 등 입국 전 심사 절차를 밟게 된다. 각 회원국은 기본권 존중을 보장하기 위한 독립적인 감시 기구를 갖추게 된다.

이들의 생체 정보 데이터베이스인 ‘유로닥(Eurodac)’도 개혁해 EU 영토에 도착하는 인파를 더 효과적으로 식별한다는 구상이다. 6세 이상 이주 신청자는 국적, 나이, 지문, 얼굴 사진을 수집한다. 당국은 폭력적이거나 불법 무장을 하는 등 보안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인원은 이를 별도로 기록할 수 있게 된다.

EU 등 유럽 대륙은 2015년 한 해 동안 100만 명이 넘는 상륙 이주 시도자의 쇄도로 거대한 ‘이주자 파도’에 휩쓸렸다.

이주 시도자·난민 지위 망명 신청자는 EU가 튀르키예에 거액의 지원금을 주고 단속과 체류 협약을 맺으면서 줄어들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까지 겹쳐 2020년 22만5000명까지 감소했던 이주 시도자가 올해 들어 35만 명을 넘어서며 다시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튀르키예 경로가 막히자 리비아, 모로코 등 북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이탈리아와 몰타의 중부 지중해로 가는 경로가 재차 성황을 이뤘다. 이 항로는 튀르키예~그리스의 짧은 동부 루트보다 훨씬 위험하다. 올해 들어 벌써 2500여 명이 지중해에 익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4년 뒤로 유럽에 무작정 상륙하려다 선박 침몰 등으로 익사한 인원은 2만8000명이 넘는다.

이주 시도자가 다시 크게 증가하면서 유럽 여러 나라에서 반이민 정책을 표방하는 극우정당이 선거에서 약진하고 있다. 극우 정당은 비민주적 정강을 내걸어 유럽 통합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주자 문제는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 심각해지고 있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에서 강경 우파 정권이 들어선 것도 이민 문제와 관련이 깊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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