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인 38% 해외 이주 희망…“자유 붕괴, 정치적 불안정 때문”

  • 뉴시스
  • 입력 2023년 12월 15일 14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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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조사에선 29%…인기 이주지 1위 영국
“홍콩 미래에 대한 신뢰 전반적으로 약해”

홍콩 주민 38%가 중국 본토를 포함한 해외로 이주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중문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가 지난 9월28일부터 지난달 9일까지 홍콩 거주자 7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약 38%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홍콩을 떠나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9월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이주를 희망한다고 한 응답자는 29%로, 1년 사이 크게 늘었다.

이주 이유로는 ‘자유, 인권, 표현의 자유 붕괴’가 17.7%로 가장 많았다. ‘과도한 정치적 분쟁 또는 불안정한 정치’와 ‘비민주적 정치 제도’ 등 정치적 이유가 각 15.1%와 14.2%로 뒤를 이었다.

‘열악한 주거 환경 또는 혼잡한 생활 공간’을 이주 희망 이유로 든 응답자는 11.2%에 그쳤다.

가장 인기 있는 이주지는 영국(14.2%)이 가장 많았으며 캐나다, 호주, 대만이 그 뒤를 이었다.

20%가량은 상황이 허락한다면 중국 본토로 이주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조사보다 9%p 증가한 수치로, 연구소는 이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본토 이주 이유로는 높은 생활비와 좁은 주거환경을 꼽았다.

홍콩의 살기 좋은 정도를 0~100점으로 매겼을 때 평균 점수는 56.5점으로 지난해 조사와 같았다.

홍콩에선 최근 몇 년간 이주 붐으로 2020년 인구가 747만4200명으로, 2021년 741만3070명으로 감소했다. 다만 최근 회복세를 보여 지난해 중반부터 지난 6월까지 2.1% 증가했다.

중도파 틱 치위엔 의원은 중산층과 젊은층의 이민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홍콩에 머무르는 걸 불편해하고, 자유가 서서히 줄어드는 것 같이 느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애국심 교육 강조도 이러한 정서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이러한 변화는 시간이 걸리며, 홍콩 정부의 독단적인 스타일로 홍콩 특색이 사라졌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홍콩의 일부 젊은이들은 일자리 때문에 상하이나 다른 본토 대도시로 이주하는 걸 선택한다”며 “이는 두 지역 간 통합에 도움이 되며, 건강한 현상”으로 봤다.

인구학 전문가인 홍콩대 폴 입 시우파이 교수는 “중국 본토는 소비 증가를 통한 경제 부양을 위해 홍콩 주민들의 방문과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며, 홍콩인들의 이주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나틱시스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경제학자인 게리 응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홍콩 미래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전반적으로 약하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게리 응은 “거주 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주민들은 대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미래 경제 성장과 더 나은 주거 환경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국내 지출에 신중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시나리오에서 주민들은 조심스러워지고, 미래 기회를 위해 더 많이 저축하고 해외에 투자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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