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아닌 남편·아들 필요”…러 여성들, 우크라전 ‘무기한 동원’에 항의

  • 뉴시스
  • 입력 2023년 11월 28일 14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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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자들 “1년 전 파병된 군인들 돌아와야”
정부 당국 협박·회유…집회 제한, 처벌 경고
국방위원장 “군인들 작전 완료 후 귀국할 것”

러시아 여성들이 우크라이나에서의 무기한 전투에 동원되는 군대가 필요하다는 정부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며 여러 도시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19일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열린 집회에서 한 여성이 “1년 전에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기 위해 동원된 군인들은 집으로 돌아와야 마땅하다”고 말하는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됐다.

이 여성은 “진정으로 조국을 위해 피를 흘렸다면 이제 가족에게 돌아가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줄 때가 됐을 텐데,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영상 속 여성 뒤에는 “동원된 사람에게만 조국이 있는가”라는 구호가 적힌 손글씨 포스터가 등장했다.

지난 7일 모스크바에서는 약 20명의 시위자가 공산당 집회에서 “무기한 동원 반대” 등의 구호가 적힌 포스터를 펼쳤다. 경찰은 이들을 연행했지만 구금하지는 않았다.

모스크바 시위 조직에 도움을 준 마리아 안드레바는 정부가 군인 가족에게 더 많은 돈과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우리에게 더 많은 돈을 주기로 약속했지만 그건 우리가 침묵을 지킬 때만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여성은 돈이 아니라 남편과 아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드레바는 “우리 병사들은 이미 그곳에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쳐 있다”며 “이제 충분하다!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단체가 주최한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열린 집회는 주최 측과 지역 당국이 타협해 진행됐다. 거리 시위를 벌이는 대신 지역 민간인과 군 관계자들이 정부 강당에 모였다. 언론의 접근은 대부분 금지됐고, 집회 참가자들은 우크라이나에 복무 중인 친척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했다.

항의 운동은 온라인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9월에 개설된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텔레그램 메시지 앱의 채널에는 1만4650명 이상이 참여했다.

이 채널의 운영진들은 전투 지역에서 1년을 보낸 러시아 병사들을 집으로 돌려보낼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 일부에는 “군인과 그 가족 여러분, 단결하여 여러분의 권리를 위해 싸우십시오”라고 적혀있다.

이러한 민중 운동은 전쟁에 대한 러시아 대중의 불만을 보여주는 드문 사례인데 크렘린궁이 엄격한 법률로 이를 억누르려고 노력해 왔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해당 법을 발동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한편 당국은 현역 군인의 가족을 감옥에 보내지 않으려 하면서 여성들과 정부 관리들 간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러시아 당국은 지금까지 구금이나 체포보다는 협박과 회유 조치를 취했다. 일부 사람들은 법 집행관이 집에 방문해 온라인 활동에 대해 묻고 허가되지 않은 집회에 참석할 경우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당국은 주요 도시에서의 집회 개최 허가를 거부하기도 했다. 모스크바와 크라스노야르스크 당국은 최근 집회 허가 요청을 거부했는데 당국자들은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만들어진 대중 집회 제한 조치를 이유로 들었다.

지난해 9월 러시아 정부는 30만 명의 병력을 소집하는 이른바 ‘부분 동원령’을 시행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제대를 결정할 때까지 징집된 병사들은 군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41만 명 이상의 남성이 입대 계약에 서명했다고 밝히면서도 지난해 징집된 이들을 해산해 달라는 가족들의 요구는 일축하고 있다.

지난 9월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의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주둔 병력에 대한 순환 배치가 없을 것이라며 “특수 군사 작전이 완료된 후 귀국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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